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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Sep 23. 2020

작은 캔음료 하나의 무서움

이런저런 이야기 39

  작년 이맘때의 일이다. 요리를 하다가 냉장고에서 채소를 꺼내려고 하는데 채소가 냉장고 맨 위쪽 안쪽에 있었다. 전날에 내가 그곳에 둔 것이었다. 요리할 때 눈에 잘 띄게 놔두려고 맨 위쪽에 두었었다.


   암튼 채소를 꺼내려다가 바로 옆에 있던 200미리 캔음료를 건드리면서 캔음료가 아래로 떨어졌다.


"으아아악!"


  나는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에 주저앉아 발을 감싸 쥐었다. 하필 캔음료가 내 발가락으로 떨어지다니. 그것도 엄지발가락 위로 정통으로 떨어진 것이다.


  정말 너무너무 아파서 냉장고 앞에 주저앉아 30분을 끙끙거렸다. 눈물이 찔끔 날정도로 진짜 엄청난 아픔이었다.



  침대까지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지만 누워서 탈진한 듯 가만히 누워 있었다.

욱신욱신 두근두근. 엄지발가락에서 계속 아픔이 느껴졌다. 옆에 있던 9살, 3살 애들이 와서 괜찮냐고 묻는다. 아픈데 자꾸 묻는다. 짜증 나는데 자꾸 묻는다.


"엄마, 괜찮아. 안 아파."(속마음-'안 괜찮아, 이 녀석들아. 엄마 죽을 거 같이 아파. 말 시키면 더 아프다고.')


  엄지발가락은 3-4일 동안 아팠고 발에 힘을 주지 못하니 절뚝거리면서 집안 생활을 했다. 그리고 엄지발가락은 점점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 피멍이 든 것이었다. 남편에게 보여주니

 "발가락 빠지겠네. 엄청 아픈데."란다.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엄지발가락의 검은 피멍은 위쪽으로 올라왔고 6개월이 지나자 정말 발톱이 빠지고 아래쪽에서는 새 발톱이 생겨있었다. 피멍 든 발톱은 평소 발톱 자르듯이 자랄 때마다 잘라주니 마지막에는 발톱 끝에 매달려 덜렁덜렁거렸는데 그게 떨어질 때까지가 진짜 신경이 많이 쓰였다.


  작은 캔음료 하나가 이렇게 무서운 거였다니. 진짜 무서운 무기가 될 수도 있는 거구나 라고 깨달은 사건이었다. 그리고 내 발가락 하나하나가 정말 소중하고 감사하다

는 것도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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