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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Oct 08. 2020

엄마에게 처음 회초리 맞은 날

이런저런 이야기 46

  초등학교 1, 2학년 때 나는 엄마에게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회초리를 맞은 적이 있다.


  엄마가 외출을 하시고 집에는 나와 두 살 위 오빠뿐이었는데 오빠랑 집에서 숨바꼭질 놀이를 하다가 내가 옷장 안으로 숨었다.


  옷장 안에 웅크려 숨어 있는데 옷들이 쌓여있던 바닥 아래에 누런색 봉투가 하나 보였다.


  나는 궁금해서 봉투 안을 들여다보았는데 지폐들이 몇 장 들어 있었다. 아마 천 원짜리

였나. '와, 돈이 엄청 많네.'라고 생각하며 다시 그 봉투를 원래 자리에 두고 옷장에서 나왔다.


  오빠와 또 다른 놀이를 하다 오빠가 만화책

을 보고 있었는데 아까 봤던 돈이 생각이 났다.

"오빠, 우리 맛있는 거 사 먹으러 갈?"

"네가 돈이 어딨냐?"

"나 돈 많은데. 같이 먹을래? 안 먹을래?"

"장난치지 마."

"진짠데."


  오빠는 내 말을 믿지 않고 무시를 하며 계속 만화책을 다. 나는 괜히 오기가 생겨서 다시 옷장으로 들어가 그 봉투 안에서 천 원짜리 한 장을 꺼냈다.

'에이, 이 많은 돈 중에서 천 원짜리 한 장 쓴다고 엄마가 없어진걸 엄마는 모르시겠

지.'라는 생각을 하며 오빠한테 다시 와서 돈을 보여주며 자랑을 했다.


  그러자 오빠는 "오~진짜네. 누가 줬냐? 그래. 맛있는 거 사 먹으러 가자." 라며 같이 집 근처 가게로 가서 불량식품들을 한가득 사온 후 오빠와 맛있게 나눠 먹었다.


  며칠 뒤 나는 또 그 돈이 생각이 났고 오빠에게 봉투를 보여주며 돈이 많이 있고 저번에도 이 봉투에서 천 원을 빼서 쓴것

이었는데 엄마가 몰랐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빼서 쓰자고 했다. 오빠는 잠시 망설이다

가 그러자고 했고 우리는 또 천 원을 가지고 맛있는 주전부리를 사 먹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엄마가 나를 부르셨다. 옷장 안 봉투의 돈이 없어진걸 엄마는 알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냥 넘어갔지만 두 번째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니 이제는 엄마가 나를 혼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돈은 내 것이 아니고 엄마의 비상금인데 말도 안 하고 가져다 쓰는 것은 도둑질이나 마찬가지라고 하신 후 회초리를 가져오라 하셨다. 그리고 나는 회초리로 종아리를 10대 맞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구에게 맞아본 적이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어찌나 아프던지 맞으면서 엉엉 울며 잘못했다고 소리를 질렀고 다 맞고 나서 나는 방으로 돌아와 울면서 엎드려 잠을 청했다. 다리에 가로줄로 피멍이 맺힌 살이 이불에 닿으면 쓰라렸기 때문이다.


  한참을 자다가 다리 쪽에 따끔한 느낌이 들어서 벽 쪽을 향해 감고 있던 눈을 살짝 떴는데 아빠와 엄마가 내 다리 쪽에 앉아 다리에 약을 발라 주면서 오늘 일을 아빠한테 설명하고 계셨다. 그리고 흐느끼는 엄마의 목소리.


  엄마가 우시는 걸 보고 '엄마도 나를 때리면서 엄청 속상하고 힘드셨구나. 내가 다시는 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하시려는 거였구나' 라며 엄마의 마음이 그때 당시 얼핏 이해가 되었다.


  아마 엄마의 우는 모습을 모르고 잤다면 내가 잘못한 건 맞지만 엄마가 나를 많이 미워한다고 생각했을 것 같고 엄마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느끼지 못했을 것 같다.


  지금은 나도 10살, 4살 남매를 키우면서 부모가 되어보니 그때 엄마의 마음이 확실히 이해가 간다. 그래서 나도 아이들을 혼내고 나면 꼭 안아주고 "엄마도 화내서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라고 말해주는데 가끔은 화가 덜 풀려 그러지 못할 때가 있다. 꼭  얘기해

줘야겠다.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말이다.


힘들게  만난 첫째와 기적같이 만난 둘째

ㅡ보고만 있어도 배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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