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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Dec 09. 2020

남편이 없으면 못 잔다

15년 차 동갑내기 부부의 결혼생활 이야기 25

  남편은 나와 결혼을 하고 한 직장에서 10여 년을 근무했다. 남편 회사에서는 매년 한두 번씩 있는 직원들 워크숍이나 아주 가끔 가는 출장이 1박 2일로 있었는데 그럴 때면 나는 잠을 편하게 못 자고 하루를 꼬박 새우기 일쑤였다.


  원래도 겁이 많은데 매일 같이 자던 남편이 밤에 없으니 너무 무서웠다. 집안에 문이며 창문 등을 다 잠그고 확인하고 또

확인했는데도 안심이 안 되는 것이었다.


  아니 신혼초에 살던 17평 빌라 집이 남편 없는 밤에는 왜 이리 크게 느껴지는지 원. 게다가 시간도 빨리 안 가고 여기저기 집안에서는 평소에는 안 들리던 소리들이 무섭게 자꾸만 나서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신혼 몇 년간 남편 없이 혼자 자게 되는 날은 친정에 가서 자거나 친구들 집에 놀러 가서 자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그냥 혼자 집에서 보냈다.


  일부러 내 몸을 피곤하게 해서 빨리 자려고 미드를 몰아보기도 하고 영화도 보고 드라마도 보고 재미있는 예능도 보다가 잠을 청하려고 했는데 그러면 더 잠이 오질 않았다.


 특히나 나는 티브이를 틀어놓고 절대 잠을 잘 수가 없는 스타일이었다. 남편은 반대로 티브이를 꼭 틀고 자는데 티브이만 틀면 바로 자는 스타일이라 신혼초에 이 부분이 안 맞아서 조금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암튼 그렇게 밤새 비몽사몽 티브이를 틀고 버티다가 새벽 5,6시쯤 잠이 들곤 했다. 그러다 오후쯤에 남편이 오면 왜 이리 반갑고 애정이 막 솟아나던지. 흐흐. 남편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들이었다.


  결혼 15년 차인 지금은 열 살과 네 살인

두 아이가 있어 나름 의지가 되니 덜 무섭긴 하나 여전히 편하게 빨리 잠들지는 못한다.


  평소 털털하고 별 걱정 없이 사는 내가 이럴 때는 왜 이리 예민하고 민감하게 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여보, 우리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자."(나의 숙면을 위해서라도. 쿨럭.)


어느 여름 비가 보슬보슬 내리던 날에 남편과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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