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항상샬롬 Nov 30. 2020

잘 나가는 여자 레크리에이션 강사

이런저런 이야기 61

  나는 6살 때까지는 엄청 내성적이고 눈물도 많고 소심한 성격이었는데 7살 때 옆집 살던 왈가닥 친구를 만나면서 성격이 변하기 시작했고 중학교 때부터 내 속에 잠재된 끼가 발산되기 시작했다.


  반에서 늘 오락부장을 도맡았고 반별 장기자랑을 내가 앞장서서 계획하고

만들서 연습도 시키곤 했다. 체육대회 때는 반대표 응원단장이 되기도 했는데 친구들 앞에서 게임을 진행한다던지 친구들과 즐겁고 신나는 시간들을 보내는데 무조건 발 벗고 나서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그래서 20대 초반에 늘 관심 있었던 초급 레크리에이션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 이후

에도 다양한 레크리에이션 과정 수업을 수료했고 여러 곳에서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했다.


   그러던 중 레크리에이션 과정 수업을 들으면서 친해진 K라는 오빠가 서울시립 청소년수련관에서 근무했었는데 나보고 이곳에서 전임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해볼 생각이 없냐는 제안을 받고 흔쾌히 수락을 해서 서울시립 청소년수련관에 전임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되었다.


  그 당시에 청소년수련관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사랑의 교실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문제를 일으킨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교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그 프로그램 중 도입단계로 레크리

에이션을 30분 정도 진행하는 일을 맡게 된 것이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이 교화되지 않으면 소년원으로 가게 되는 시스템이었다.


  K라는 오빠에게 전임자가 했던 레크리

에이션 방식과 여기에 오게 된 아이들에 대해 많이 들은 후 나름대로 다양한 게임들을 준비했다. 그런데 100명 전후로 되는 중고등학생 아이들이 교실처럼 나란히 앉아 있는 상황에서 게임을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그 아이들의 마음은 많이 닫혀 있는 상태라 열심히 레크리에이션에 임할지의 확률도 정말 낮아 보였다.


  드디어 내가 첫 레크리에이션을 하는 날. 소개를 받고 마이크가 달린 단상 앞에 섰다. 다른 데서는 별로 떨지 않던 내가 나름 긴장이 많이 되었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인사를 했다.


  그리고 간단한 몸풀기 게임을 하고 풍선게임, 과자 먹기 게임, 센스 퀴즈 게임 등을 했는데 그 짧은 30분이라는 시간이 왜 이리 길게 느껴지던지. 아이들은 엄청 조용하긴 했지만 참여하지 않는 아이들이 거의 대부분이었고 혹여 참여하는 애들은 설렁설렁 영혼 없이 하는 둥 거의 나 혼자 떠드는 분위기였다.


  드디어 30분의 시간이 끝나고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속으로 '망했다.'라며 강당을 빠져나오는데 K오빠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빠는

"너 오늘 너무 못했다고 생각하고 기분 안 좋지?"

라며 귀신처럼 내 속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전에 일했던 모든 레크리에이션 강사들이 다 그런 마음이

었다고. 최악의 조건에서 마음이 닫힌 아이들과 레크리에이션을 한다는 거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는 말을 해주었다.


  그리고 혹시 내가 그만두고 안 한다고 하면 또 다른 사람을 힘들게 구해야겠지만 다른 강사들처럼 나도 포기해버린다면 이 아이들

의 마음은 더 닫히고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


  그 오빠의 말에 나는 힘을 낼 수 있었고 그곳에서 2년 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일했다.


  2년 동안 일하면서 매주 매주 아이들의 분위기가 달랐는데 한주는 거의 참여하지 않고 딴짓하는 아이들이 많은 반면 또 한주는 엄청 열심히 참여하고 재미있어하는 아이들

이 많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더욱 뿌듯

하고 신이 나고 기분이 좋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열심히 하든 하지 않든 그다지 신경 쓰지 않게 되었고 나는 그냥 최선을 다해 레크리에이션 진행을 해서 아이들의 마음이 조금씩이라도 열리길 바랄 뿐이었다.


  그곳에서 힘들게 일한 시간들이 나에게는 큰 경험이 되었고 경력이 되어 나름 여자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잘 나가고 있다가 어찌하다 보니 초등수학 강사가 되었고 학원강사로 10년 동안 일을 했다.


  그리고 결혼을 해서 큰 딸아이를 힘들게 만나고 둘째까지 기적같이 생겨 육아를 하다 보니 15년이란 경력 단절이 생겼다.


  그 경력 단절로 지금은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자기소개를 하거나 발표를 할 때조차도 덜덜 떠는 소심한 아줌마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이런 모든 경험과 경력들이 앞으로 내가 무슨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

지만 새로 하게 될 일이나 갖게 될 직업에 큰 힘이 되고 좋은 밑거름이 될 거라는 걸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https://brunch.co.kr/@sodotel/241


작가의 이전글 나는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이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