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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Nov 27. 2020

나는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 60

  나는 엄청 활달하고 쾌활하고 목소리도 크고 잘 웃고 털털하다.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과도 금방 친해지고 화통한 성격이다. 그런데 사실 6살 때까지는 엄청 내성적이고 소심하고 눈물이 많은 울보였다.


  그래서 6살 때까지 엄마의 등에 늘 업혀서 지냈던 기억이 난다. 오죽하면 어렸을 때 사진 속에 나는 거의 울면서 찍은 사진들이 많다.


  이 얘기를 내가 아는 모든 지인들에게 말하면 다들 엄청 놀라면서 절대로 믿지를 않는다.


  이렇게 내성적이고 소심하고 울보였던 내가 7살 때 이사를 하면서 달라졌다. 이사를 하고 며칠 후 엄마와 집에 있다가 집 밖에서 노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렸다. 엄마는 내 손을 잡고 밖으로 나오셔서 놀고 있던 아이들에게 나를 소개하셨고 같이 놀면 안 되겠냐고 물으셨다. 아이들은 자매였는데 바로 옆집에 사는 나랑 동갑내기와 그 동생이었다.


  그 친구는 흔쾌히 같이 놀자고 나의 손을 잡아끌었고 나는 그 친구와 동생과 함께 저녁 먹자고 엄마가 부를 때까지 너무나 재미있게 놀았다.


  그 친구의 이름은 윤희였는데 짧은 바가지 머리의 커다란 눈을 가진 아주아주 왈가닥인 아이였다. 오죽하면 동네 오빠들까지도 다 휘어잡는 그런 친구였다.


  윤희는 나를 보자마자 "너 이제부터 내 꼬봉이야."라고 했고 나는 그 말의 뜻도 모른 채 마냥 좋아서 그냥 윤희를 따라다니며 늘 함께 어울려 다니곤 했다. 아마도 윤희는 바로 위에 3살 많은 언니가 있어서 내가 모르는 단어나 말들을 많이 알았고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엄청 똑똑한 아이였다. 게다가 피아노며 그림이며 예체능도 정말 잘하던 아이였다.


  윤희와 초등학교 1, 2학년 때까지 친하게 지냈는데 윤희와 늘 붙어 다니면서 나의 성격도 많이 변했다. 엄청 밝아지고 크게 많이 웃고 목소리도 커졌으며 씩씩해졌다. 윤희의 영향을 정말 많이 받은 것이다.


  그러다가 윤희가 이사를 가면서 점점 멀어지게 되었고 나는 자연스레 다른 친구들과 친해졌다. 바로 옆집 사이로 2,3년을 살면서 부모님들끼리도 친해져 윤희에 대한 소식은 엄마를 통해 전해 듣곤 했다.


  윤희는 공부를 엄청 잘해서 중고등학교 내내 1,2등을 도맡았고 대학교도 서울대를 졸업했다. 그 뒤 외국인 회사에 취업해서 외국에 나가 산다고 하더니 외국인과 결혼해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마 그때 윤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다. 아마 초등학교 내내 조용하게 말도 없이 자주 울면서 지내지 않았을까. 지금의 내 성격을 갖게 해 준 윤희에게 항상 고맙고 그때 윤희와 놀았던 그 시절이 자주 생각이 나고 그립기도 하다.


"왈가닥 윤희야. 잘 지내고 있니? 지금은 내가 왈가닥이 되었어. 흐흐. 보고 싶다. 친구야. "


  혹시라도 그 친구가 이 글을 보게 된다면 꼭 연락 주길.


내 손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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