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항상샬롬 Nov 26. 2020

태어나서 처음 욕한 날

이런저런 이야기 59

  나는 성격상 화를 잘 못 낸다. 그래서 결혼 전까지만 해도 입바른 소리도 못하고 그냥 그러려니 이래도 흥 저래도 흥하며 좋게 좋게 생각하고 넘기는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초등학교 5학년 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화를 내고 욕을 한 적이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느 날 교실에서 내 자리에 앉아 옆 친구와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같은 반에 호연이라는 남자애가 나에게 오더니 다짜고짜 내 어깨를 발로 돌려차기 하듯  뻥 차는 것이다. 뭔가 오해를 했는지 나한테 뭐라 뭐라 하면서 욕을 했다. 너무나 황당하고 어이가 없고 화가 나며 아프기도 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야, 김호연! 지금 뭐 하는 거야! 000아."

라고 소리를 빽 지르고 욕을 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책상과 주변 책상 위에 있던 물건들이 그 녀석 주변에 다 날아가서 쌓여있고 그 녀석은 엄청 놀라 눈이 커져 있었다. 그리고는

"미안해. 내가 오해했나 봐. 다시는 안 그럴게. 잘못했어."

라며 거듭 사과를 하고 사라졌다.


  순하디 순했던 내가 그렇게까지 화를 내고 물건을 던지고 욕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본인인 나도 놀랐을 정도니까 말이다.  내 위로 두 살 많은 오빠도 있고 해서 욕을 많이 들어는 봤는데 내 입으로 욕을 해본 적이 그때가 처음이었다.


  아무튼 그 뒤로 우리 반 남자애들은 내가 무서운 애였다며 심한 장난 같은걸 절대로 하지 않았다.


  항상 좋아 보이고 유해 보이는 사람들은 화를 낼 줄 모르는 게 아니고 화를 안내는 거라는 걸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아니 모르는 척하는 건지 화를 내지 않으리라고 믿는 건지.


  화를 잘 안 내던 사람들이 화가 나면 진짜 무섭다는 걸 나도 다시 한번 깨닫는 날이다.


우리 딸이 그린 그림






작가의 이전글 새 가족이 생겼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