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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Dec 10. 2020

빈혈이라며 혼자 안 혼난 친구

이런저런 이야기 62

  나에게는 초등학교 때부터 절친인 친구들이 5명 있다. 5명 중 K를 포함해서 3명은 고등학교까지 같이 다녔다.


  그중에서 K라는 친구는 중학교에 들어가서 친해진 친구인데  처음부터 내 친구는 아니었다. 5명 중 J라는 친구의 친구로 알게 된 사이었다. K와 친해졌던 계기가 있었는데 중2 때 같은 반이 된 적이 한번 있다. 그때는 J의 친구라는 걸 몰랐을 때였다.


  K는 피부가 엄청 하얗고 이쁘고 공부도 잘하는 편이었다. 암튼 중2 신학기가 되어 다들 서먹서먹했을 때였는데 어느 날 영어시간에 선생님이 숙제 검사를 한다며 그날의 숫자가 들어간 번호를 다 호명했다. 숙제는 저번 시간에 배웠던 부분 중 교과서 한쪽을 외우는 것이었다.

 

 7, 17, 27, 37, 47, 57번이 순서대로 호명이 되었고 선생님은 57번부터 호명하여 외워보라고 했다. 다 못 외우면 손바닥을 맞았다. 다음 번호인 47번이 나였는데 나 역시 다 외우지 못해 손바닥을 맞았고 37번이었던 K라는 친구는 처음에 좀 외우다가 갑자기 "아.. 빈혈." 하면서 이마를 짚는 것이다.


  그러자 영어 선생님은 어디가 안 좋냐, 괜찮냐고 물어보시더니 빨리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 그때 K라는 친구 빼고 호명된 친구들은 다 손바닥을 맞았다.


  속으로 나는

 '와, 뭐 저런 애가 다 있지? 숙제 제대로 안 했으면 안 한 거지. 저렇게까지 하면서 맞기 싫은가? 재수 없어. 흥, 얼굴만 이쁘면 다인가? 공주과로군'

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이후 나는 반 친구들과 뛰어난 사교력과 유머로 많이 친해졌고 반 친구들과 함께 K라는 친구를 같이 욕하고 싫어했다. 다른 과목 선생님들도 K라는 친구 다 좋아하고 이뻐해 주시는 걸 보니 더 밉고 재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K가 J친구란 걸 알게 되고 같이 어울리며 친해졌는데 여성스럽긴 했으나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털털하고 성격이 좋았다. 그리고 진짜 빈혈로 자주 어지러워했던 친구였다.


  친해지고 나서 K에게 그때 빈혈이라며 너만 안 맞아서 내가 재수 없어했다고 얘기하자 그랬었냐고 함께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K와는 친한 친구사이이다.


  그때 당시 얼굴이 이쁘고 선생님이 좋아하는 친구들을 나도 모르게 미워하고 시기 질투하는 마음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쁜 애들이 하는 행동은 다 공주과이고 여우짓이라는 선입견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선입견이라는 건 역시 좋지 않은 것임이 확실하다. 아니 선입견 때문에 친구와 친해진 것이니 좋다고 해야 하나. 흐흐.



친구들과 함께 모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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