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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May 30. 2020

누워자던 남자 엉덩이를 발로 차고 도망가다

이런저런 이야기 5

  여중, 여고, 여자 학과를 나온 나는 중학교 때가 제일 황금기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같이 교회를 다니며 친해진 친구들과 중학교 가서 더 재미있고 신나는 학창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로 다시 돌아가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세명의 절친과 거의 매일 같이 놀고 숙제하고 공부하고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 친구들 학교 교문 바로 앞에 사는 두 친구가 있어 나는 등교할 때마다 그 친구들을 차례로 깨워가며 학교에 가곤 했는데 A라는 친구는 교문에서 100미터 정도 거리 집에 살았고 B라는 친구는 교문에서 10미터 거리의 집에 살았다. 그러니 우리 집에서 출발해서 A라는 친구를 먼저 깨우고 B라는 친구를 깨워 학교에 같이 가곤 했다.


  어느 날도 어김없이 A라는 친구를 먼저 깨워서 B라는 친구를 같이 깨우러 갔다. B라는 친구집은 대문을 열면 옆에 화장실이 있고 마당을 지나 작은 별채 방이 있고 본채 건물이 몇 발치 떨어져 있는 구조였다.  B라는 친구는 그 별채 방에서 자주 자는 편이라

"아무개야~학교 가자"

고 하며 별채 방문을 열었다.


  친구가 등 쪽을 보이며 누워 자고 있었다.

나랑 친구는 문 앞에서 계속 일어나라고 몇 번을 소리쳐도 반응이 없자 내가 방으로 들어갔다.


"야! 일어나 늦었어. 빨리 안 일어나?"

라며 발로 툭툭 그 친구 옆구리를 쳤다.

그래도 안 일어나자 나는 화가 나서 발로 엉덩이를 뻥 차주고 친구의 몸을 내쪽으로

틀면서 짜증을 냈는데



친구가 아니었다.

친구의 오빠였다.

단발머리의 통통한 몸집이 너무나 비슷한 친구의 둘째 오빠였다.


  으악 소리를 지르며 A라는 친구와 혼비백산 도망갔다. 학교 교실에 와서야 한숨을 돌리며 웃음이 막 나왔다. 그리고 한편으론 걱정이 되었다. 이제 친구네 둘째 오빠 얼굴을 어떻게 보지?


  나중에 알고 보니 친구네 오빠는 공고를 다니며 머리가 자율이라 단발까지 길렀고 그날은 학교가 개교기념일이라 쉬는 날이었고 오빠가 늦게까지 여기 있다가 별채 방에서 잠이 들었단다. 그런데 정신 차려보니  방문이 갑자기 열리며 우리가 들어와 소리를 지르는데 그냥 자는척하면 가겠지 했는데 방안에까지 들어와 자기를 발로 차고 몸을 돌리기까지 해서 너무 창피했다고 한다. 친구는 오빠가 그 방에서 자니까 당연히 본채에서 자고 일어났는데 우리가 소리 지르더니 막 나가더란다. 흐흐


   암튼 이 사건으로 친구네 둘째 오빠랑 우리는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지금까지도 친구 오빠든 우리끼리든 오랜만에 만날 때마다 이 사건을 회자하면서 깔깔대며 웃곤 한다.


  조만간 친구네 놀러 가서 둘째 오빠도 같이 보고 또 웃고 와야겠다.

  


펜션 놀러 가서 둘째가 세상 편하게 누워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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