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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Jan 11. 2021

제왕 절개한 날 화장실 간 사건

마흔 넘어 다시 시작된 육아 16

  조산기로 두세 번 입퇴원을 반복 후 총 4개월을 입원했다가 퇴원한 지 하루만인 36주 5일째 제왕절개로 둘째 아들을 만났다.


  하반신 마취로 둘째가 태어나는 걸 보고 나서 잠이 든 나는 1인실로 옮겨후 깨어났다. 오전 11시 반쯤 출산했는데 깨어나 보니 벌써 오후가 되어 있었다. 배가 아직 아프고 불편하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뭔가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장기입원을 하지 않아도 된다니. 더 이상 둘째를 배속에서 힘들게 키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목이 말라 물이 먹고 싶은데 먹으면 안 되고 가글했다가 뱉으라고 했다. 가스가 나올 때까지 금식이란다. 자다 깨다를 반복했는데 밤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자꾸 느낌이 이상했다. 옆에 누워있던 남편을 불렀다.


"헉. 여보 나 큰일 났어. 대변이 보고 싶어."


  간호사님을 불러 상황을 설명하고 어찌해야 하냐고 물어보니 반대로 나에게 다시 물으신다.


"수술한 지 몇 시간 안 되셨는데 일어나실 수 있겠어요?"

"그래도 가야죠. 누워서 볼일 볼 수는 없으니까요." 


  하. 진짜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이. 흑. 

남편의 부축을 받고 그 힘든 배를 부여잡고 으악 소리를 지르며 병실에 있던 화장실로 천천히 갔다. 평상시의 한두 걸음만 가면 되는 거리가 왜 그리 멀게 느껴지던지. 정말 울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드는 생각. 근데 왜 제왕절개 하기 전에 관장을 안 했지? 첫째를 자연분만할 때는 관장을 했는데 제왕절개 때는 안 하는 건가? 그리고 출산하기 전날 집에서 자연 관장이라고 변을 서너 번이나 보았는데 그게 끝이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아프지만 시원하게 볼일을 보고 침대로 다시 돌아왔다. 누울 때까지 수술한 부위 쪽 배가 너무 당기듯 아파서 죽다 살아난 기분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


이쁘게 웃는 둘째 아들 복근이(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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