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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Dec 28. 2020

조산기 입원 후 36주 5일에 만난 둘째 아들

마흔 넘어 다시 시작된 육아 15

  조산기로 두 달 반의 입원을 하고 퇴원 하루 만에 밑이 빠지는 느낌이 들어 다시 병원을 찾으니 자궁문이 4센티나 열려 있었다.


  그날이 일요일이라 나의 담당 주치의 선생님은 계시지 않았고 당직 의사 선생님이 나를 맡아 봐주셨는데 내가 다니는 산부인과에서 자연분만 출산으로 유명하신 분이셨다. 성격도 좋으시고 잘 웃으시고 시원시원하신 분이라 인기가 최고로 좋은 남자 선생님 이셨다.


  의사 선생님은 내진을 하신 후 자연분만을 적극적으로 권유하셨다. 나 제왕절개 하기로 했고 치질 수술도 한 적이 있어서 자연분만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자연분만을 잘할 수 있고 치질 걱정도 안 하게 해 주겠다며 무조건 자연분만을 하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진통 올 때까지 좀 기다려 보자 신다. 하지만 난 계속 선생님과 실랑이를 했다. 그러자 옆에 계신 간호사분이 자꾸 웃으셨다. 내가 봐도 웃긴 상황이었다. 자연 분만해라, 제왕 절개해 달라 하는 모습이 정말 웃겨 보였으리라.


  나는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강력하게 얘기했다. 나이도 많고(42살) 이제 힘들게 출산하고 싶지 않다. 조산기로 두 달 반을 고생했으니 그냥 이제는 빨리 편하게 둘째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선생님은 계속 인자한 미소를 지으시며 제왕절개가 편할지는 모르지만 자연분만이 몸에도 좋고 회복도 빠르다며 또 나를 설득하셨다.


  안 되겠다 싶어 일단 남편이 출산준비물 가방을 가져올 때까지 생각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선생님께 퇴원한 날인 어제, 집에서 대변을 4,5번이나 보았다고 얘기하니 몸이 분만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란다. 와, 진짜 신기하고 놀라운 우리 몸의 세계라니. 첫째 자연 분만했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잠시 후 남편이 출산준비물 가방을 가져왔고 나는 의사 선생님을 불러 달라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절규했다.

"선생님, 제왕절개 해주세요. 제발요. "

그러자 선생님은 포기했다는 듯이 알겠다고 했고 수술 준비를 하라고 간호사님들께 지시하셨다.


  제왕절개 수술에는 전신마취와 하반신 마취가 있는데 나는 무조건 하반신 마취를 하려고 진작에 결심을 한 터였다. 뱃속에 9개월을 함께한 내 아기가 태어나는걸 그래도 꼭 내 눈으로 지켜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주변 지인들은 무섭지도 않냐며 편하게 푹 자고 일어나는 전신마취를 하라고 다들 말했지만 치질 수술도 두 번이나 경험해 본 나는 무서울 게 없었다. 흐흐.


  마취 준비를 하는데 무려 1시간 정도 걸렸다. 척추에 마취주사를 놓는데 그때까지는 계속 앉아 있다가 이제 누으라고 해서 누웠는데 마취가 다 되었다다. 헉. 그런데 내 발가락 끝이 움직인다.

"선생님 발가락 끝이 움직이는데 마취가 잘 된 거 맞나요?"

  지극히 정상이니 걱정하지 말라 마취과 선생님이 대답하셨다. 잠시 후에는 선생님 말대로 발가락도 감각이 없어졌다. 마취 준비가 다 되니 의사 선생님이 오셨다.


  "선생님, 제왕절개 해주셔서 감사해요.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씩씩하게 얘기하자 선생님은 제왕절개 해줘서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산모는 내가 처음이란다. 흐흐.


  잠시 후 "아기 나옵니다."라고 얘기하시는 의사 선생님. 아니 수술 준비는 1시간이나 걸렸는데 아기가 태어나는 시간은 진짜 순식간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손가락 열개,  발가락 열개를 확인시켜 주신 후 아기를 내 옆 침대에 눕히셨다. 그러자 "이이잉 으앙"하며 우렁차게 우는 둘째 아들의 모습이 보였다.


  세상에. 너무 작고 귀여운 아기. 그리고 코는 또 어쩜 그리도 높은지. 속으로 '성공했다'라고 생각하며 나는 나도 모르게 이렇게 했다.


"어머, 선생님. 우리 아기 콧대가 왜 이리 높아요?" 그러자 선생님은 정말 잘생긴 아들이라며 고생했고 수고했다며 한숨 푹 자라고 하셨다.


  그렇게 엄마를, 가족들을 힘들게 하며 태어난 우리 둘째 아들은 36주 5일째에 2.9킬로그램으로 건강하고 튼튼하게 태어났으며 나는 수면마취제를 맞고 스르르 잠이 들었다.


다음 편에 계속.


세 달 이상 조산기로 엄마를 강제 입원시킨 장본인 둘째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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