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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Dec 19. 2020

자궁문이 4센티가 열렸다

마흔 넘어 다시 시작된 육아 14

  조산기로 입원한 지 두 달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뱃속 복근이(태명)는 2.3kg로 다행히 무럭무럭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태동이 얼마나 세던지 발로 뻥뻥 찰 때마다 갈비뼈 쪽이 아플 정도였다. 첫째 딸아이와 달리 아들이라 그런지 진짜 발길질의 힘이 장난이 아니다. 흐흐.


  선생님은 열흘 후, 그러니까 37주 즈음 날을 잡아 제왕절개로 낳자고 하셨다. 첫째는 자연 분만했으나 그 당시 42살의 나는 노산이기도 하고 둘째는 그냥 편하게 낳고 싶었다. 아마도 조산기로 오랜 시간 입원을 해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뱃속 복근이를 살 찌우는 미션을 시작했다. 다른 아기들처럼 40주를 꽉 채워 나오지 못하니 조금이라도 뱃속에 있을 때 몸무게를 늘려서 태어나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폭풍 검색을 해서 막달에 과일과 쇠고기를 많이 먹으면 뱃속 아기의 체중도 증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편에게 번거롭겠지만 저녁에 면회 올 때마다 쇠고기를 구워 매일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다. 남편은 쇠고기를 정성껏 맛있게 구워서 반찬통에 담아 가져오곤 했다. 그렇게 과일과 쇠고기를 밤마다 일부러 열심히 먹었더니 36주 3일째 복근이는 2.9kg가 되었고 자궁경부 길이가 2.5센티가 되어 선생님은 퇴원해도 좋다고 하셨다.


  와, 드디어 퇴원이라니. 믿기지가 않았다. 두 달 만에 집에 가도 좋다니 너무너무 행복했다. 그날이 토요일이었는데 친정에 가 있는 딸에게 빨리 이 소식을 알려주고 싶었으나 하루만 더 참고 다음날인 일요일에 연락을 하기로 했다. 월요일에는 이적 우리 집으로 돌아오면 된다고 말이다.


  병원에만 있다가 집에 돌아오니 어찌나 좋던지. 역시 내 집이 최고다. 남편 혼자 지낸 집이라 엉망인 집이었지만 그래도 우리 집이 최고로 좋았다. 그날 점심과 저녁을 남편과 오붓하게 맛있게 먹고 간식도 먹으면서 그동안 밀린 얘기도 하고 티브이로 영화도 보는 등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집에 온 게 실감이 안 날 정도였다.


  그런데 행복은 또 역시 잠시뿐. 그날 저녁. 하루 종일 소파에서 거의 누워 지냈는데 집에서 살살 걸어 다닐 때마다 느낌이 조금 이상했다. 밑이 빠지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그날따라 대변을 하루에 4,5번 정도를 보았다.


  느낌이 좀 이상해서 밤에 산부인과 응급실에 전화를 했더니 내일 아침 일찍 병원으로 와서 검사를 해 보자고 했다.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복근이가 지금 나온다고 해도 그리 큰 걱정은 없으니 하룻밤을 집에서 푹 잘 자고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기로 했다.


  그날 밤 집에서 자는 잠은 정말 최고였다. 잠을 자는데 얼마나 편안하고 좋던지. 오래간만에 자보는 숙면이라 너무나 행복했다.


  다음날 아침, 남편과 일찌감치 식사를 하고 병원으로 갔다. 간호사님이 내진을 하시더니

 "산모님, 자궁문이 4센티나 열렸네요. 드디어 아기 만나시겠어요." 란다.

  헉. 자궁문이 하루 사이에 그렇게나 열리다니. 진짜 복근이가 나오려나. 복근이를 드디어 만날 생각에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 계속.


  입원했을 때 받은 시클라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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