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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Dec 03. 2020

조산기 입원 중 첫째와 멀리 떨어져 지내다

마흔 넘어 다시 시작된 육아 13

  자궁경부가 1.5에서 2센티로 오락가락하여 조산기로 입원한 지 한 달 반이 지냈다. 임신주수는 36주 중반이 될 무렵 나도, 남편도, 딸아이도 나름 잘 지낸다 싶었는데 갑자기 6살 된 딸아이와 출산 때까지 떨어져 지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 달 반 동안 양가 어머님들이 번갈아 우리 집에 오셔서 집안일과 딸아이를 봐주셨는데 친정엄마가 친정집으로 돌아가셔야 할 일이 생겼고 그래서 엄마는 딸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데려가 보살피겠다고 하셨다.


  친정집에는 친오빠와 딸, 그러니까 우리 딸에게는 사촌언니가 되는 조카가 같이 산다. 그 조카가 그 당시 고1이었는방학이 되면 방학 내내 우리 집에서 지냈다. 그래서 둘이 워낙 친하고 우리 딸도 사촌언니를 엄청 잘 따르고 좋아하기에 딸을 친정으로 보내는 것도 두루두루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매일매일 병원으로 남편과 저녁에 온 딸을 한두 시간씩 볼 수 있어 딸에게도 좋고 나도 좋았는데 이제 당분간 며칠 동안을 딸과 만나지 못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친정집으로 가기 위해 인사를 하러 온 딸을 보니 괜히 뭉클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당시 남편은 귀농하여 농사를 한참 열심히 하느라 바빴고 친정엄마와 둘이 지내는 것보다 사촌언니와 함께 있는 것이 딸아이에게 제일 좋을 것 같았다.


  딸아이에게 자초지종을 잘 설명해 주니 자기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사촌언니 만나러 간다며 들떠 있어 다행이었다. 친정집으로 떠날 시간이 되어 딸아이를 꼭 안아주고 뺨에 뽀뽀를 여러 번 해주며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해주었다.


  나도 딸아이도 서로 떨어져 지내게 되는 것이 처음이라 걱정이 많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딸아이는 엄마와 함께 그날 저녁 사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에 내려 친정집에 잘 도착했다. 그리고 그날 밤부터 조카의 폰과 친정 엄마의 폰을 번갈아 쓰며 딸은 나에게 영상통화를 자주 했다.


  외할머니 집에서의 첫날을 할머니사촌언니 사이에서 잘 자고 일어난 딸아이는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나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엄마가 너무너무 보고 싶다는 딸아이의 말에 마음이 미어졌다. 그래도 사촌언니와 놀면서 제법 잘 지낸다 싶었는데 친정에 간지 4,5일째쯤 딸아이가 5분, 10분 간격으로 영상통화를 계속 걸기 시작했다. 엉엉 울면서 사촌언니가 친구를 만나러 나갔는데 안 들어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 왜 내가 할머니 집에 있어야 하냐, 동생 때문에 내가 할머니 집에 온 거냐, 동생이 너무 싫다며 그렇게 참고 참았던 딸아이가 결국 폭발을 했다.


  딸아이는 계속 울고 나도 속으로 울었다. 이 상황이 딸과 다른 가족들에게 너무 힘들게 한 것이 되어버려 죄송했다. 내 몸은, 내 자궁은 왜 이리 약한 건지 답답하고 화가 나는 등 만감이 교차했다.


  딸아이에게는 영상통화를 하며 계속 어르고 달래주고 하는 수 밖에는 없었다. 그러다 친구를 만나고 놀다 돌아온 조카를 보자 딸아이는 조금 안정이 되었고 나도 한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

  

장기입원 중 링거 자국으로 가득 찬 내 팔과 손등. 나중에는 맞을 데가 없어 찾느라 고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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