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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Nov 08. 2020

임신 중 장기입원생활이 시작되다

마흔 넘어 다시 시작된 육아 11

  임신 30주자궁경부가 1.5센티까지 짧아져, 태어나서 처음으로 구급차를 탔다. 임신 16주에도 전치태반으로 입원했었던 대학병원에 다시 가서 7일을 입원했다. 그러고 보니 조산기로 벌써 세 번째 입원이다. 마흔한 살의 둘째 임신이 이렇게도 힘든 고난이 있을 줄이야.  


  입원 후 절대 안정을 하며 누워서 생활한 결과 자궁경부가 2센티로 늘어났고 퇴원해도 좋다는 말에 으로 가지 않고 다니던 산부인과로 갔다.


  담당 의사 선생님과 상담한 결과 아직 안정할 단계가 아니니 입원해서 아기를 최대한 오래 뱃속에 품고 지켜내자고 하셨다. 퇴원해서 집에 가면 아무래도 움직이게 되 안정하며 지낼 수가 없으니 진짜 아기가 빨리 나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으니 진짜 겁이 났다. 조산하면 인큐베이터에 들어갈 수도 있는  뱃속 복근이(태명)를  생각하니 아찔했다. 게다가 내가 다니는 산부인과에는 인큐베이터가 없어서 대학병원으로 무조건 가야 했다.


  그래서 산부인과에서의 장기입원 생활이 다시 시작되었다. 언제까지 있어야 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뱃속 둘째만 생각하며 마음 편히 입원생활을 즐기기로 했다.


  장기입원생활이 될 테니 6인 다인실에 입원했는데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났다. 그중 잊히지 않는 몇몇 사람들이 생각난다.


  우선 젊은 엄마가 입원했던 가족이 있었는데 그 엄마는 일주일 정도 입원했다. 그런데 입원 첫날부터 남편과 어린아이 둘까지 다 데려와서 다인실 병실 바닥에 매트를 깔고 먹고 자고 생활을 하는 것이었다. 하루 종일 떠들고 음식을 시켜 먹고 애들은 뛰어다니고 특히나 밤중에 두세 살 된 아이가 바락바락 울다 자다를 반복하다 보니 입원한 사람들 모두 이틀을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그나마 간호사님이 몇 번 주의를 줘서 그런지 그 가족들은 3일째1인실로 옮겼다.


  어느 날은 아주머니 한분이 입원하셨는데 입원해 계시는 동안 남편 되시는 분이 병실에 있는 화장실에서 목욕을 자주 하시느라 나를 포함해서 다른 입원 환자들은 멀리 복도에 있는 화장실을  써야만 했다. 그렇잖아도 조산기로 안정해야 하고 예민한데 그런 일들까지 신경이 쓰이니 몸도 마음도 참 불편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또 빈 침대에서 코를 골며 너무 편하게 주무시거나 시끄럽게 게임을 하시는 분들, 바닥에 이불을 깔고 내 침대 자리의 바닥까지 침범해서 자느라 화장실을 갈 때마다 비켜가며 다니느라 힘들게 하신 분들, 온 가족이 출동해서 외식을 시켜 먹으며 하루 종일 떠드시는 분들 등 정말 다양한 분들을 겪었다.


  공동생활을 하는 병실인데 조금씩만 조심해 주고 배려해 주면 참 좋을 텐데 비상식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볼 때마다 참 씁쓸했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도 참고 버텨야 했다. 내가 얼마나 입원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1인실로 쉽게 옮길 수가 없었고 다인실에서 나름 있다 보니 맘에 맞는 사람들과도 친하게 지내고 재미있게 지내서 좋은 것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산부인과에는 나처럼 조산기로 입원하는 임산부들이 대부분이었다. 동병상련이라고 누워서 서로 말동무도 하고 간식들도 나눠먹고 하며 금방 친해졌는데 그렇게 나름 입원생활을 즐기게 되었다. 그래도 다들 나처럼 장기적으로 오래 입원하지는 않고 길어야 2,3주 정도만 있다 퇴원하곤 했다.


  남편과 딸은 저녁마다 와서 한두 시간씩 날 보러 다녀갔다. 양가 부모님들은 우리 집으로 3,4주씩 번갈아 오셔서 집안일 딸아이 너무나 잘 봐주셨다. 하지딸의 얼굴을 잠깐씩 볼 때마다 괜히 짠해 보이고 엄마 없이 지내서 그런지 감기도 자주 걸리고 얼굴이 까칠해 보여서 참 속상하고 미안해서 마음이 아팠다.


  뱃속의 복근이(태명)는 내 걱정과  염려 속에서도 다행히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었다. 그렇게 산부인과에서 입원생활을 한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다음 편에 계속.

  

너무나 맛있었던 산부인과 환자식


전편 글

https://brunch.co.kr/@sodotel/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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