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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Oct 27. 2020

임산부, 태어나서 처음으로 구급차를 타다

마흔 넘어 다시 시작된 육아 10

  드디어 임신 30주. 정기검진차 산부인과에 왔는데 2주 전까지만 해도 3센티였던 자궁경부의 길이가 1.8센티란다. 또 짧아졌구나. 근데 너무 짧아졌다. 이러다 정말 둘째를 조산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벌써 두 번이나 입원을 했는데 의사 선생님은 장기입원이 될 거라고 하신다. 선생님은 한 달은 입원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 한편으론 그냥 출산 때까지 원에 있는 게 낫겠다란 생각도 들었다. 또 퇴원했다가 안 좋아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남편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둘째만 생각해서 잘 지켜내자고 했고 병원에서 오래 있을 생각을 하자고 했다.


  입원한 지 5일째. 자궁경부가 늘어났는지 확인을 했는데 길이는 1.5센티. 세상에나. 더 짧아졌다. 선생님은 지금 빨리 대학병원으로 옮기자고 했다. 혹시 모르니 인큐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구급차를 대기시키라는 소리를 들었다.


  휠체어를 타고 병원 1층으로 내려오니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내가 이제 하다 하다 구급차까지 타보는 경험을 하는구나.


  링거를 꽂은 채 구급차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누워서 갈 줄 알았는데 그냥 앉아서 가란다. 안전벨트도 안 하고 앉아서 갔다. 슬리퍼를 신고 환자복에 모자를 쓰고 구급차 안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은 참 웃기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다. 남편은 차를 몰고 구급차 뒤를 쫓아왔다. 그나저나 구급차 안은 이렇게 생겼구나. 신기한 거 투성이다.


  그때가 저녁때쯤이었는데 구급차 사이렌 소리에 차들 비키고 사람들은 구급차 안에 나를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반대로 나는 구급차 안에서  밖을 이리저리 쳐다보며 구경하고 있는 모습이 엄청 웃겼다고 남편은 나중에 얘기해 주었다. 환자복을 입은 여자가 구급차 안에 똑바로 앉아 밖을 보는 모습이 엄청 신기했을 거라고.


  대학병원 1층에 도착하니 드라마에서 보던 모습들이 연출되었다. 인턴이며 간호사님들 열댓 이 나에게 몰려와서 증상이 어떻냐고 계속 질문을 하고 이런저런 검사를 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나를 이동식 침대에 눕히더니 응급실 안으로 데려갔다.


  응급실 안은 다른 환자들과 보호자들까지 완전 도떼기시장이다. 어쩜 그리 정신이 하나도 없는지. 뱃속 아기가 금방 바로 나올 정도로 엄청 심각한 건 아닌데 왜 이리 무섭게 대하는지 정상이던 혈압이 더 오를 정도였다.


  2시간 정도의 검사를 다 마치고 지칠 대로 지쳐 드디어 입원실로 들어왔다. 전에 입원했던 대학병원. 그나마 낯설지 않아서 좋다. 그렇게 7일간의 입원을 했다.


다음 편에 계속


태어나서 처음 구급차 타본 날.

신기해서 다 찍었다는. 나를 쫓아오는 남편차도 보인다. 흐흐


전편의 글

https://brunch.co.kr/@sodotel/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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