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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Feb 05. 2021

고등학교 입학 첫날 폭탄을 맞다

이런저런 이야기 77

  나는 고등학교를 차로 1시간쯤 걸리는 학교로 다녔다. 일명 뺑뺑이로 당연히 집 근처에 있는 고등학교로 배정될 거라 생각했는데 배정된 학교 이름을 듣고 "선생님 이 학교가 어디 있어요?"라고 바로 물어볼 정도로 놀랐던 기억이 난다.


  쉬는 시간 종이 울리자마자 초등 때부터 친한 절친 친구들의 반으로 뛰어다니며 배정된 학교를 물어보니 다행히 절친들 모두 다 같은 고등학교로 배정이 되었다.


  학교는 멀었지만 다행히 스쿨버스가 있어 아침마다 편하게 등교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 스쿨버스를 타기 위해 특히 나는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했다. 내가 살던 집이 학교에서 제일 거리가 멀었는지 아침마다 아무도 없는 스쿨버스를 타는 1호가 나였다. 그렇게 3년 동안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를 잘 다녔다. 당연히 학교 입학식 날에도 스쿨버스를 타고 등교했다.


  그 당시 우리 학교는 우리가 입학하기 바로 몇 년 전에 교복이 폐지된 학교라 머리와 옷이 자유로웠다. 그래서 입학식 날에는 엄마가 새로 사준 체크로 된 브라운색의 쟈켓(일명 마이)을 입고 갔다.


  우리 학교는 유치원부터 초중고 그리고 여자 전문대학까지 있는 사립학교였다. 바로 옆에 아주 유명한 사립유치원과 초등학교가 있었고 부설로 남자 공고도 있었다. 그 남자 공고와 우리 학교의 정문 입구는 좀 떨어져 있어도 건물 하나는 위치상 어찌하다 보니  벽하나 사이로 아주 가깝게 있었는데 새 건물이었는지 우리 학교의 건물보다 높았다.


 입학식이 끝나고 마침 그 남자 공고와 가까운 건물 벽 쪽을 지나가는데 나와 내 친구들 주변으로 뭔가가 퍽퍽하며 계속 날아왔다. 깜짝 놀라 던진 쪽을 올려다보니 그것들은 그 남자 공고 건물 옥상 쪽에서 계속 날아오고 있었다. 우리는 꺄약 소리를 지르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피했는데 아뿔싸 물 비닐 같은 게 내 다리를 살짝 맞히면서 터졌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냥 물이 든 비닐이 아니었다. 다리 쪽에서 냄새가 나는데 찌린내였다. 나는 '으악'하고 소리를 질렀는데 그 비닐은 다름 아닌 오줌이 든 비닐이었다. 오줌 비닐을 던진 쪽을 쳐다보니 그 남자 공고 옥상에서 두세 명의 남자애들이  동그란 눈만 내놓고 몸 숙인 채 킬킬대며 웃고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그쪽을 향해 막 소리 지르고 욕을 몇 번 해주었다.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었지만 별수 없이 그냥 학교 건물 현관 입구로 들어가려는데 내 어깨 위에 또 뭔가가 툭 떨어진다. 하얀색 물감 같은 걸 보며 설마 했는데 역시나 비둘기 똥이었다.


  내가 살다 살다 하루 동안 아니 한 시간도 안 되는 시간 속에서 오줌 폭탄에 새똥까지 맞다니. 그것도 처음 새로 산 옷을 입은 고등학교 입학식 첫날에 말이다.


  진짜 재수가 옴 붙은 날이었다. 화장실로 바로 가서 바지 쪽과 어깨 쪽에 물을 묻혀 빨면서 울고 싶을 정도로 속상하고 화가 났지만 나의 에피소드로 인해 친구들에게 한동안 기쁨을 주었으니 그걸로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도 나처럼 오줌 폭탄을 맞은 친구들의 이야기가 자주 들렸다가 어느 날부터인가 오줌 폭탄이 날아오는 일은 없어졌다.


  내 인생에서 고등학교 때는 제일 재미가 없고 추억도 별로 없는 그런 시간들이었다. 공부가 어려워 성적도 많이 떨어졌고 학교 분위기 자체가 공부만 시키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반 전체 친구들과도 이름만 부를 뿐 친해지지가 않았다.


  그나마 친해진 친구 몇 명 하고만 어울려 지냈는데 친하다고 생각한 친구들과도 성적 경쟁 때문이었는지 이상한 벽들이 느껴져 더 이상 친근함을 느끼지 못해 외로운 시간들을 보냈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라 거의 모든 친구들이 느꼈던 감정이었다.

  

  그런 시간들 속에서 그래도 웃음이 나고 재미있는 추억으로 떠오르는 사건들 중 하나가 이 오줌 폭탄 사건이니 그래도 오줌 폭탄비둘기 똥에게 나름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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