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항상샬롬 Feb 08. 2021

남편과 닮아간다

15년 차 동갑내기 부부의 결혼생활 이야기 28

  해가 바뀌었으니 남편과 나는 결혼 16년 차 부부이다. 남편과 연애할 때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외모가 서로 많이 닮았다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었는데 같이 16년을 살다 보니 외모도 그렇지만 살아가는 모습들이 정말 많이 닮아간다.


  일단 남편은 꼼꼼하고 생각이 깊고 주도면밀한 성격이다. 그리고 예의를 정말 중요시하는 사람이라 기본적인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보면 그냥 넘기지를 못한다. 한두 번 참다가 안 되겠다 싶으면 바로 따지는 스타일이다. 게다가 회사에서도 상사든 부하든 할 말은 다 하는 그런 성격이라 승진도 늦게 되곤 했다.


  결혼초에 인터넷 요금 청구가 잘못되어서 상담원과 남편이 통화한 적이 있는데 어찌나 말을 잘하고 잘 따지던지.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존경에 가까운 마음이 든 적이 있다. 나 같은 경우 제대로 다시 잘 해달라 하고 뭐 실수도 할 수 있는 거지 하며 그냥 좋게 좋게 넘어가곤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편과 같이 살면서 나도 변하기 시작했다. 공과금이든 뭐든 잘못된 것에 대해 확실하게 따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자 속이 후련함을 느꼈다. 늘 그냥 내가 참고 좋게 좋게 넘어가는 성격이었는데 그걸 넘기지 않고 조목조목 따지고 하다 보니 이렇게나 시원하고 후련한 기분이라니. 그 모습을 몇 년간 지켜본 남편은 이제는 내가 너무 말을 잘한다고 놀라워했다.


  남편도 나를 닮은 점이 생겼는데 집에서 여기저기 잘 부딪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상하게 나는 식탁 모서리, 책상, 벽 모서리, 의자 등등 지나갈 때마다 어디든 잘 부딪히는 체질이었다. 그래서 팔꿈치나 무릎 등에 늘 멍을 달고 살았다.


  그런데 결혼하고 몇 년 후부터 나는 부딪히는 게 덜해졌고 남편은 반대로 부쩍 여기저기 많이 부딪히면서 나를 닮아갔다. 그러면서 남편이 하는 말. 자기는 나한테 좋은 점을 닮게 해 줬는데 나는 남편에게 나쁜 점을 닮게 해 줘서 기분이 나쁘다나 어쨌다나.


  그리고 연애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우리 부부가 서로를 보며 자주 놀랄 때가 있는데 무슨 말을 하다가 동시에 똑같은 말을 엄청 자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서로 쳐다보며 가끔 소름도 끼치고 우습기도 하다.


  오죽하면 첫째 딸아이가 "아빠, 엄마는 찌찌뽕을 자주 하네."라고 말을 한다.(서로 같은 말을 동시에 하는 것이 찌찌뽕이라고 설명해주었음)


  암튼 이래서 부부인가 보다. 서로 닮아가고 비슷한 점이 많고, 물론 다른 점도 있지만 그게 서로 보완이 되고 보충이 되는 그런 사이. 지금도 남편과 자주 싸우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고 사랑이 있어 감사하다.


  지금처럼 늘 건강하고 알콩달콩 살며 이쁘게 같이 늙어가서 백년해로 하는 부부이길 바라본다.



6년전 둘째가 생기기 전 사이판에서 남편과 딸의 모습. 다음에는 둘째와 함께 다시 가보고 싶다.

https://brunch.co.kr/@sodotel/233


작가의 이전글 고등학교 입학 첫날 폭탄을 맞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