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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Feb 24. 2021

풀어본 문제가 다 나왔는데 망했다

이런저런 이야기 82

  초등학교 5, 6학년 때 엄마가 큰 맘을 먹고 학습지를 몇 달 신청해 주셨다. 엄마는 공부 잘한다는 옆집애가 하는 거라며 공부를  하는 나를 위해 아이템풀(아이템인 줄 알았는데 아이템이 맞는 말이라는 걸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됨)이라는 학습지를 몇 달 신청해서 공부를 하게 하셨다.


  일명 머리표 아이템풀이라고, 하늘색 머리 모양의 로고가 아직도 기억난다. 그 당시 학습지라는 것이 별로 없던 시절이라 나름 유명한 학습지였는데 그 학습지를 하는 친구들이 그리 많지가 않아 나름 으스대는 기분으로 공부를 했던 기억이 난다.


  중간고사인지 기말고사를 며칠 앞두고 나는 아이템학습지를 풀어보면서 시험공부를 열심히 했다. 시험대비 총정리 문제도 들어있어서 모든 학습지를 열심히 다 풀어보면서 공부를 했다. 거의 벼락치기 수준으로 3,4일 동안 열심히 풀었던 것 같다.


  그리고 며칠 후 시험을 봤는데 정말 신기하게 내가 풀어본 문제들이 거의 다 나온 것이었다. 아싸 하며 기분 좋게 문제를 다 풀고 나니 선생님은 서로 짝꿍끼리 시험지를 바꿔서 채점을 하라고 하셨는데 아뿔싸, 시험을 완전히 망쳤다.  


  나는 아이템풀 학습지를 열심히 다 풀기만 했지 채점을 다 하지 않고 틀린 문제의 정답을 다시 맞혀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때 당시 부업을 하느라 바쁘던 엄마는 오빠에게 내 채점을 맡기고 틀린 것은 풀어주라고 하셨는데 정작 중학생이던 오빠가 자기 공부를 하느라 채점을 완벽하게 해주지 않았고 틀린 것을 고쳐주지도 않았던 것이었다.


  성적표가 나온 날 당연히 엄마한테 나는, 그리고 오빠까지 엄청나게 혼이 났고 엄마는 아이템풀 학습지를 바로 끊어버리셨다.


  공부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나는 그냥 학습지 문제를 다 푼다는 것 자체로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엄청 덜렁거리는 내 성격 고스란히 드러난 사건이었다. 그때의 나는 친구들과 노는걸 정말 좋아해서 공부머리가 전혀 없었던 것 같다.


  아무튼 그 뒤로 중학생이 되어서는 문제집을 풀고 나서 채점을 바로 해보지 않으면 괜히 불안하고 초조해졌고 바로바로 채점을 하는 습관이 생겼다. 한쪽씩이라도 풀고 나서 채점을 한다던지 10문제씩 풀면 채점을 하든지 해서 꼭 그때그때 정답을 확인해 본다.


  사람은 역시 실수, 실패를 하고 잘못한 것을 겪어봐야 더 나은 사람으로 변하는 것 같다.



사진출처 아이템풀 에듀


https://brunch.co.kr/@sodotel/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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