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 6학년 때 엄마가 큰 맘을 먹고 학습지를 몇 달 신청해 주셨다. 엄마는 공부 잘한다는 옆집애가하는 거라며 공부를 안 하는 나를 위해 아이템풀(아이템플인 줄 알았는데 아이템풀이 맞는 말이라는 걸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됨)이라는 학습지를 몇 달 신청해서 공부를 하게 하셨다.
일명 머리표 아이템풀이라고, 하늘색 머리 모양의 로고가 아직도 기억난다. 그 당시 학습지라는 것이 별로 없던 시절이라 나름 유명한 학습지였는데 그 학습지를 하는 친구들이 그리 많지가 않아 나름 으스대는 기분으로 공부를 했던 기억이 난다.
중간고사인지 기말고사를 며칠 앞두고 나는 아이템풀 학습지를 풀어보면서 시험공부를 열심히 했다. 시험대비 총정리 문제도 들어있어서 모든 학습지를 열심히 다 풀어보면서 공부를 했다. 거의 벼락치기 수준으로 3,4일 동안 열심히 풀었던 것 같다.
그리고 며칠 후 시험을 봤는데 정말 신기하게 내가 풀어본 문제들이 거의 다 나온 것이었다. 아싸 하며 기분 좋게 문제를 다 풀고 나니 선생님은 서로 짝꿍끼리 시험지를 바꿔서 채점을 하라고 하셨는데 아뿔싸, 시험을 완전히 망쳤다.
나는 아이템풀 학습지를 열심히 다 풀기만 했지 채점을 다 하지 않고 틀린 문제의 정답을 다시 맞혀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때 당시 부업을 하느라 바쁘셨던 엄마는 오빠에게 내 채점을 맡기고 틀린 것은 풀어주라고 하셨는데 정작 중학생이던 오빠가 자기 공부를 하느라 채점을 완벽하게 해주지 않았고 틀린 것을 고쳐주지도 않았던 것이었다.
성적표가 나온 날 당연히 엄마한테 나는, 그리고 오빠까지 엄청나게 혼이 났고 엄마는 아이템풀 학습지를 바로 끊어버리셨다.
공부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나는 그냥 학습지 문제를 다 푼다는 것 자체로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엄청 덜렁거리는 내 성격도 고스란히 드러난 사건이었다. 그때의 나는 친구들과 노는걸 정말 좋아해서 공부머리가 전혀 없었던 것 같다.
아무튼 그 뒤로 중학생이 되어서는 문제집을 풀고 나서 채점을 바로 해보지 않으면 괜히 불안하고 초조해졌고 바로바로 채점을 하는 습관이 생겼다. 한쪽씩이라도 풀고 나서 채점을 한다던지 10문제씩 풀면 채점을 하든지 해서 꼭 그때그때 정답을 확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