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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Feb 23. 2021

양파장아찌

이런저런 이야기 81

  결혼해서 한창 신혼 때 요리책 3권을 사서 요리 연습을 하느라 다양한 요리들을 해본 적이 있다. 결혼 전에는 전혀 안 해봤던 요리들을 하다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어 요리가 완성될 때마다 걸어서 15분 거리에 사셨던 시부모님께 가져다 드리곤 했다.


  어느 날 역시나 요리책을 보고 양파장아찌도 만든 적이 있는데 나름 맛이 있었다. 양파도 싼 편이라 5킬로 한 망을 사서 양파장아찌를 만들었다. 그리고 반절은 덜어서 역시나 시부모님 댁에 가져다 드렸다.


  시어머니는 양식, 중식, 한식 등등 모든 요리를 정말 맛있게 잘하시는데 내가 만든 양파장아찌를 보시더니 장아찌까지 담았냐며 놀라 하셨고 너무 맛있다며 좋아하셨다. 그리고 6,7개월 뒤 어머니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이모님이 놀러 왔던 날의 얘기를 해주셨다.


  이모님이 며칠 전에 놀러 왔길래 삼겹살을 구워주고 내가 만든 양파장아찌도 주었는데 이모님이 양파장아찌가 너무 맛있다고 엄청 칭찬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집에 갈 때 조금 싸 달라고 는데 얼마 없어서 못준다고 하셨단다.


  나는 아직까지도 양파장아찌가 남아있었냐고 놀래서 여쭤보니 너무 맛있어서 아껴서 드셨다고. 그리고 장아찌는 두면 둘수록 더 맛있어진다고 하셨다.


  그 얘기를 듣고 나는 남편과 둘이서 가끔씩만 먹느라 집에 많이 남아있던 양파장아찌를 더 가져다 드렸고 어머니는 그걸 또 오래 드시다가 내가 다시 양파장아찌를 많이 만들어서 가져다 드린 적이 있다.


  어머니와 이모님의 칭찬을 듣고 나서 나는 요리하는 게 더 신나고 더 재미가 붙었다. 그래서 요리책을 보오미자청도 담아보고 매실도 만들어서 어머니께 가져다 드렸는데 어머니는 본인도 만들어 봐야겠다며 다음부터는 만들지 말라고 하셨다. 그리고 잊고 지냈던 음식들을 내 덕분에 다시 하게 되었다며 고맙다고 하셨다.


  그 이후 어머니는 이제 반대로 매년마다 매실, 오미자청, 각종 장아찌 등을 담아서 나를 주신다. 그리고 나는 임신 준비를(인공수정, 시험관 시술) 하고 육아를 하면서 그런 음식들을 하지 않게 되었다.


  작년 가을, 오랜만에 양파장아찌를 조금 만들었는데 처음에 만들었던 그 양파장아찌 맛이 나질 않았다. 그 양파장아찌는 아마도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들어본 것이어서 더 맛있고 특별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생각난 김에 조만간 양파장아찌를 만들어서 어머니께 가져다 드려야겠다. 근데 요즘 양파가 너무 비싸서 못할지도. 쿨럭.



작년에 만든 양파장아찌

https://brunch.co.kr/@sodotel/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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