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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Apr 18. 2021

영화 보다가 화장실 간다고 혼나다

15년 차 동갑내기 부부의 결혼생활 이야기 32

  남편은 영화광이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엄청 좋아해서 많이 보기도 하고 한번 본 영화는 반복해서 자주 보기도 한다.


  특히 극장에서 영화 보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데 영화가 끝나고 엔딩 자막이 다 올라가서 나오지 않을 때까지 앉아있다가 나오기까지 하는 그런 사람이다. 엔딩 자막을 끝까지 안 보는 건 영화에 대한 예의가 아니란다.


  암튼 그런 남편과 나는 연애할 때 영화를 자주 보러 가곤 했다. 연인이 아닌 친구사이였을 때도 남편을 포함해서 친구들과 함께 자주 영화를 봤는데 어느 날도 함께 극장에 갔다.


  그때 당시 최고로 인기가 많았던 영화를 한참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그날따라 나는 화장실 급히 가고 싶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분명히 화장실을 다녀왔음에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옆에 남편이(그 당시는 친구) 앉아 있었는데 남편에게 양해를 구해서 다리를 조금 비켜달라고 하고 화장실에 후다닥 다녀온 후 다시 연이어 영화를 보았다.


  영화가 끝난 후 남편은 나에게 영화보다가 그렇게 중간에 나가면 영화 줄거리가 끊겨 맥이 빠지고 재미도 없을뿐더러 영화를 집중해서 보는 주변 사람들한테도 피해를 준다며 잔소리를 하길래 그럴 수도 있지 싶어 그 잔소리가 서운하기도 하고 짜증도 났다.


  그리고 이 사람과 있을 때는 영화를 보다가 화장실 가는 모습을 다시는 보여주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남편결혼을 하고 몇 년 후 아바타 영화를 보러 가게 되었다. 일반 아바타 영화를 한번 보았으나 4D 편이 나왔다길래 궁금하기도 하고 아바타 영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또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처음 보는 4D 영화는 완전 신세계였다. 절로 '우어'라는 말이 나왔다. 영화 보는 내내 4D 안경을 쓰고 보니 리얼 입체로 느껴지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현실감이 있어 더욱 재미있었다. 효과음도 확실히 다르고 바람도 나오고 의자도 흔들리니 말이다.


  한창 열심히 집중해서 보고 있는데 옆에 남편이 너무 조용하고 움직임이 거의 없어 이상하다 싶어 보니 옆을 쳐다보니 남편이 졸고 있었다. 헉, 영화 볼 때 최고의 예의를 차리는 사람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남편의 팔을 살짝 흔드니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럽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잠시 후 남편은 안경을 벗고 코까지 살짝 골며 잠이 들었다. 다행히 관람객이 별로 없는 시간이었기 망정이지 큰 민폐를 끼칠 뻔했다. 한편 나는 속으로 '아싸"를 외쳤다. 복수할 기회가 온 것이었다.


  영화 보는 중에 화장실 가는 것을 그렇게 잔소리하던 남편이 코까지 골며 잠을 잤으니 이제는 내가 남편을 두고두고 놀릴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해 준 것이었으니 말이다. 흐흐.


  지금도 가끔씩 남편에게 그때 얘기를 하면 남편은 어이없어  웃는다. 그 당시 아바타 4D 영화를 보고 남편처럼 어지러워하고 멀미를 한다거나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도 많았다는 기사 얘기를 늘 하면서 말이다.


  남편이 그러든지 말든지 영화를 보다가 잠을 잔 건 사실이니 역시 강물은 건너봐야 알고 사람은 지내봐야 안다는 말씀.



입체영화보러 가서 안경쓴 딸아이

 https://brunch.co.kr/@sodotel/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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