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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Apr 16. 2021

두 달 동안 울면서 학교 가던 딸

시시콜콜 육아 이야기 28

  첫째 딸아이가 벌써 4학년이 되었다. 며칠 전 새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학급 회장, 부회장 선거를 했는데 딸아이가 부회장이 되었다. 3학년 때까지 회장, 부회장 선거 때는 후보에도 오르지 않던 딸아이가 처음으로 부회장이 되었다는 말에 얼마나 기쁘던지.


  그것도 본인이 하고 싶어 자가 벌써 4학년이 되었다. 며칠 전 새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학급 회장, 부회장 선거를 했는데 딸아이가 부회장이 되었다. 3학년 때까지 회장, 부회장 선거 때는 후보에도 오르지 않던 딸아이가 처음으로 부회장이 되었다는 말에 얼마나 기쁘던지.




  그것도 본인이 하고 싶어 자원을 했고 친구들 앞에 나와 부회장이 되고 싶은 이유를 또랑또랑하게 말을 했다는 선생님의 설명에 남편과 나는 너무 기분이 좋아서 펄쩍펄쩍 뛰고 싶을 정도였다.


  부회장 된 것에 뭐 그리 호들갑을 떠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딸아이는 2학년 새 학기 때 두 달간 겪은 일로 자신감과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던 적이 있어 남편과 나는 딸아이에 대한 걱정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사 오기 전 학교에서 딸아이는 2학년 때 새로 부임해 오신 선생님의 반이 되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며칠 후부터 딸아이는 아침 내내 기분이 좋았다가 가방을 메고 학교를 가야 하는 시간만 되면 울면서 속이 울렁거린다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2,3일 계속 그러길래 병원에도 가보았지만 별다른 이유는 없었는데 그 증상은 며칠이 지나도 계속되었다. 처음에는 딸아이가 별다른 말을 안 하다가 잠들기 전에 조금씩 계속 묻자 같은 반 남자애 A, B가 장난을 자꾸 치는데 너무 싫다는 말을 자주 했다.


  워낙 평소에 겁도 많고 눈물도 많고 마음도 여려서 친구들의 심한 장난이나 농담을 받아치지 못하는 성격이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 대신 친구들에게 싫으면 싫다고 확실히 말해야 하고 똑같이 받아쳐야 친구들이 장난이나 심한 말을 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친구들이 세게 말할 때 받아치는 연습까지도 시켰다.


  하지만 아침마다 울면서 울렁거린다는 증상이 계속되자 담임선생님과 전화통화를 했다. 그러자 지금 A라는 남자애와 짝꿍인데 다른 친구와 짝을 바꾸겠다고 하셨다. 며칠이 지나도 딸아이에게 변화가 없어 또 전화를 하니 신경 써서 더 잘 지켜보시겠다고 하셨지만 이번에는 B라는 남자애와 같은 모둠이 되었다는 딸아이의 말을 들었다. 이때부터 조금씩 나도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단 딸아이가 좀 더 마음이 단단해지고 성격이 강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가기 싫다는 합기도를 설득해서 등록시켰다. 합기도 관장님과 상담을 하면서 딸아이의 성향과 이런 사정들을 다 설명해 드렸다.


  관장님은 합기도를 하면서 목소리도 크게 하고 호신술을 가르치니 그러다 보면 남자애들이 장난을 쳐도 덜 힘들어할 거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여러 군데를 다녀 보니 이곳 관장님의 마인드가 제일 마음에 들었고 믿음이 생겨 결정한 곳이었다. 나중에 이사를 왔는데도 딸아이가 잘 지내고 있냐며 몇 번이나 연락을 주셨더랬다.

  

  딸아이의 증상은 한 달이 넘게 계속되었고 A, B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고, 학교를 가는 게 무섭다는 말까지 했다. 이건 아니다 싶어 다시 담임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는데 이번에는 남편이 전화를 했다. 딸아이가 여전히 계속 힘들어한다, 너무 걱정되고 화가 나서 학교에 찾아가 A, B 학부모님과 만나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제야 선생님은 딸과 A, B 남자애들 모두를 불러서 얘기를 잘해보겠다고 하셨고 다음날 딸아이의 자리를 A, B와 멀리 떨어뜨려 놓으셨다.


  두 달이 지나서야 딸아이의 증상은 다행히도 천천히 호전되기 시작했고 합기도를 다니면서 A, B나 다른 남자애들이 장난을 치면 배운 호신술로 조금씩 방어도 하고 똑같이 장난을 받아치기도 하는 등의 변화가 보였다.


  두 달여 동안 울면서 울렁거리는 가슴으로 학교를 가고, 매일 심한 말과 심한 장난을 치는 그 남자애들을 매일 만나야 했던 딸아이의 마음을 생각하면 지금도 억장이 무너진다. 선생님이 조금만 더 빠르고 지혜롭게 대처를 잘해주셨더라면 이라는 아쉬움과 학교를 찾아가겠다고 세게 말을 해서 그제야 대처를 해주신 건지 라는 의문점이 든다.


  아무튼 이제는 딸아이가 그때 겪은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극복해서 많이 성장한 것 같아 다행이고 감사할 따름이다. 아마 그때 그 기억들 완벽하게 지워지진 않겠지만 그래도 대수롭지 않게 말할 수 있는 마음밭이 되었으면 좋겠다.



동생에게 책을 읽어주는 딸아이

https://brunch.co.kr/@sodotel/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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