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 2학년 때쯤이었나보다. 친구들과 함께 한창 공기놀이에 빠져 있었는데 친구들이 다들 너무나 잘하는 것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공기를 건드리지 않고 살살 잘 빼고, 잘 올리고, 잘 받고 하는지 원. 아무튼 나만 제일 못했다. 너무 자주 빨리 죽어서 화가 나고 속상했다. 안 되겠다 싶어 학교에서 집에 오면 무조건 공기 연습을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와 지하철을 타고 어디를 가는 중이었는데 나는 주머니에 있던 공기를 꺼내 빈 옆자리에서 공기 연습을 했다. 특히 마지막 부분 일명 '꺾기'가 잘 안돼서 그걸 중점적으로 연습을 하곤 했다. '꺾기'를 잘해야 나이(합산 숫자)를 많이 먹게 되고 이기는 게임이었다. 그렇게 연습을 열심히 한 나는 친구들 중에서 잘하는 쪽에 들 정도의 실력이 되었다.
지하철에서 공기 연습을 열심히 했던 이 얘기를 엄마는 나에게 가끔씩 해주셨는데 그때 내 모습을 보고 '이 녀석은 커서 뭔가 해내겠구나. 끈기와 집중력이 있네.'라는 생각이 드셨단다. 내가 뭔가에 집중하고 연습하는 모습이 아마도 공기놀이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놀 때 빼고는 내성적이고 수줍음도 많고 겁도 많고 눈물이 많던 나를 엄마는 걱정이 많이 되셨던 것 같다. 그래도 왈가닥 친구를 만나 성격이 변해 밝아지고 명랑, 활달해지면서 초등학교 때는 잘하지 못했던 공부도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나름 잘할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는 아직도 끈기와 집중력이 있는 것 같다. 비록 모든 분야에서 그런 건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때 지하철에서까지 공기 연습을 열심히 했던 그런 끈기와 집중력의 놀라운 노력까지는 해본 적이 그리 없는 듯하다. 그렇게 했다면 아마 내가 지금보다 더 나아져 있지 않았을까?
아직 늦지 않았으니 그때 그 끈기와 집중력을 다시 한번 발휘해 봐야겠다. 마흔 중반을 넘긴 했지만 이런 나에게 불가능은 없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