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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Mar 01. 2021

지하철에서의 공기 연습

이런저런 이야기 84

  초등학교 1, 2학년 때쯤이었나보다. 친구들과 함께 한창 공기놀이에 빠져 있었는데 친구들이 다들 너무나 잘하는 것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공기를 건드리지 않고 살살 잘 빼고, 잘 올리고, 잘 받고 하는지 원. 아무튼 나만 제일 못했다. 너무 자주 빨리 죽어서 화가 나고 속상했다. 안 되겠다 싶어 학교에서 집에 오면 무조건 공기 연습을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와 지하철을 타고 어디를 가는 중이었는데 나는 주머니에 있던 공기를 꺼내 빈 옆자리에서 공기 연습을 했다. 특히 마지막 부분 일명 '꺾기'가 잘 안돼서 그걸 중점적으로 연습을 하곤 했다. '꺾기'를 잘해야 나이(합산 숫자)를 많이 먹게 되고 이기는 게임이었다. 그렇게 연습을 열심히 한 나는 친구들 중에서 잘하는 쪽에 들 정도의 실력이 되었다.


  지하철에서 공기 연습을 열심히 했던 이 얘기를 엄마는 나에게 가끔씩 해주셨는데 그때 내 모습을 보고 '이 녀석은 커서 뭔가 해내겠구나. 끈기와 집중력이 있네.'라는 생각이 드셨단다. 내가 뭔가에 집중하고 연습하는 모습이 아마도 공기놀이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놀 때 빼고는 내성적이고 수줍음도 많고 겁도 많고 눈물이 많던 나를 엄마는 걱정이 많이 되셨던 것 같다. 그래도 왈가닥 친구를 만나 성격이 변해 밝아지고 명랑, 활달해지면서 초등학교 때는 잘하지 못했던 공부도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나름 잘할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는 아직도 끈기와 집중력이 있는 것 같다. 비록 모든 분야에서 그런 건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때 지하철에서까지 공기 연습을 열심히 했던 그런 끈기와 집중력의 놀라운 노력까지는 해본 적이 그리 없는 듯하다. 그렇게 했다면 아마 내가 지금보다 더 나아져 있지 않았을까?


  아직 늦지 않았으니 그때 그 끈기와 집중력을 다시 한번 발휘해 봐야겠다. 마흔 중반을 넘긴 했지만 이런 나에게 불가능은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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