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좀 그만 먹어

시시콜콜 육아 이야기 23

by 항상샬롬

5살 둘째 아들은 우유 중독자다. 작년 4살 때까지만 해도 하루에 200미리 우유를 5개 이상씩 먹었다. 고로 하루에 천미리 이상의 우유를 먹는 셈이다.


시계를 보는 법도 모르는 둘째는 희한하게도 4시간마다 우유를 달라고 한다. 쩝. 우유도 잘 먹고 밥도 잘 먹고 간식도 잘 먹어서 다행이다만 소아과 의사 선생님은 우유를 너무 많이 먹어도 안 좋다고 하셨다.


그나마 작년까지는 어린이집, 또 저번 주부터 유치원에 등원을 하면 집에서처럼 우유를 많이 먹지 않게 되니 다행이긴 하나 그래도 여전히 많이 먹는 편이다.


첫째 딸아이도 3,4살 때까지 그렇게 우유를 잘 먹고 좋아했는데 둘째도 어쩜 그리 똑같은지. 11살 된 첫째 딸아이는 초등학생이 되고부터 우유를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되어 아주 가끔씩 먹곤 한다.


그런데 가만 보니 이것도 유전인가 보다. 남편도 중고등학교 때부터 우유를 잘 먹더니 지금도 우유를 좋아해서 잘 먹히는 날은 하루에 천미리 우유 하나를 다 먹는다.


나도 어릴 적에 엄마가 다른 건 다 끊어도 우유배달은 끊지 않고 오빠와 나에게 우유를 열심히 먹이신 기억이 난다. 아침마다 문 앞에 배달된 우유를 엄마는 매일 주시곤 했다. 특히나 겨울이 되면 문 앞에 놓여 있는 우유가 별미 중에 별미였다.


그 당시 투명한 유리병에 담긴 서울우유는 살얼음이 살살 맺힌 채 배달되어 있었는데 그 맛이 얼마나 기가 막히던지. 지금도 그 우유맛을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요즘 먹는 우유는 그 맛이 잘 나질 않는다.


아무튼 우리 둘째는 주말만 되면 나한테 혼이 난다. 4시간이 안되었는데 우유 먹어도 되냐고 묻고 또 묻는 둘째. 줄 때까지 물어본다. 그러면 나는 빽 소리를 지른다.

"안돼, 우유 좀 그만 먹어!"


그러고 나면 둘째는 조용히 아빠한테 가서 다시 물어본단다. 우유 먹어도 되냐고 말이다. 흐흐. 정말 못 말리는 우유중독 아들이다.


"아들아, 우유는 꼭 줄 테니 제발 적어도 4시간 간격은 지키자꾸나. 이 어미의 소원이다."


참 신기한건 남편도 나도 키가 큰 편이라 두 아이 모두 또래보다 키가 크다. 역시 우유의 힘인가?



김치냉장고 앞에 항상 쌓여 있는 멸균우유들ㅡ15일도 못 가서 다 없어진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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