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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Apr 02. 2021

김밥 두 줄과 쫄면

이런저런 이야기 90

  오늘 한 달 동안 공부하며 나름 열심히 준비했던 컴활자격증 필기시험을 친구와 같이 보고 왔다. 거의 20년 만에 본 자격증 시험이라 엄청 긴장되고 떨렸다. 그 와중에 시험은 왜 이리 어려운지. 시험문제 1번부터 막히니 멘붕이 왔다. 어찌어찌해서 본 40분의 시험시간을 마치고 나오자 허탈하고 허무하고 울적했다. 완전히 시험을 망친듯하다. 친구도 나와 같은 생각, 같은 마음이었다.


  학원 수업을 세 시간 받고 바로 시험을 보러 가느라 점심도 못 먹은 상태였던 우리는 바로 밥을 먹으러 갔다.  어디서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가 학원을 다니며 지나가다 봤던 분식집으로 향했다. 간판도 없이 김밥과 국수라고 쓰여있는 입간판만 있는 작은 분식집이었다. 테이블이 세 개 정도 있고 여사장님 혼자 운영하는 식당이었는데 무얼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김밥 두 줄을 먼저 시키고 매운 걸 먹으며 시험 스트레스를 풀자는 의미로  쫄면을 시켰다.


  잠시 후 정갈하게 나온 김밥과 단무지 그리고 뜨끈뜨끈한 국물의 맛은 기가 막혔다. 국물은 깔끔하고 깊은 맛이 났고 김밥은 담백하면서 기름기가 별로 없이 깔끔한 집 김밥 맛이었다.


  잠시 후 나온 쫄면은 매콤 새콤한 소스에 채소와 어우러진 면발이 환상적이었다. 사장님께 음식들이 하나같이 다 너무 맛있다고 하니 양념과 재료, 그리고 소스를 직접 다 만들어서 하신단다. 우엉도 직접 조려서 만드시고 쫄면 소스는 고추장이 아닌 고춧가루만 넣어 만드셨다고 하셨다. 그래서인지 조미료 맛이 거의 나질 않았다.


  같이 주신 국물은 가시오부시 육수였는데 양배추를 넣어 단맛이 나는 거라고 하시는데 사장님의 깊은 노하우와 훌륭한 음식 솜씨가 너무나 좋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가 있었다.


  친구와 나는 음식을 다 먹고 나서 너무나 행복했다. 시험 스트레스를 다 날려버리고도 남을 만큼 너무나 맛있는 음식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맛있고 정성이 가득한 음식은 역시 힐링이 되고 위로가 되고 기쁨을 준다.


  그냥 우연히 들린 분식집에서 그 큰 기쁨을 맛보니 너무나 감사해서 친구와 나는 사장님께 연거푸 맛있게 잘 먹었다는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다음에는 남편과 아이들도 데리고 다시 한번 가야겠다. 가족들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고 행복할 테니까.



내가 만든 김밥과 쫄면

https://brunch.co.kr/@sodotel/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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