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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Apr 06. 2021

20년 만에 본 자격증 시험

이런저런 이야기 91

  저번 주 금요일에 컴활 2급 필기 자격증 시험을 보고 왔다. 20년 만에 보는 자격증 시험이었다. 민간자격증은 몇 년 전 두세 개 취득했지만 국가자격증 시험은 오랜만에 보는 것이었다.


  작년에 봤으면 더 좋았을걸. 올해부터 필기시험이 상시 시험으로 바뀌어서 매일 시험일정이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유형의 문제지를 만들어야 하니 시험 범위가 넓어졌다. 그래서 필기시험 난이도가 어려워졌단다. 


  지역 상공회의소에 도착하자마자 입구에서 체온을 후 손세정을 하고 신발은 슬리퍼로 갈아신었다. 그리고 시험장 앞쪽으로 가니 여자 직원분이 다시 체온을 재고 신분증과 수험표를 확인했다.


  그리고는 벽에 붙은 수험번호를 찾아 확인하고 시험장으로 들어가라고 알려주었다. 이때부터 조금씩 긴장감이 들고 뭔가 묵직하게 가슴을 누르 듯한 압박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시험장 교실로 들어가 보니 책상마다 수험번호가 붙어 있어 내 자리를 쉽게 찾아서 앉을 수 있었다. 컴퓨터 화면에도 내 수험번호가 표시되어 있었다.


  잠시 후 방송으로 지시사항과 유의사항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왜 이리 긴장이 되던지. 스마트폰은 무조건 꺼두라고 했고 진동이라도 울리면 바로 실격이란다. 스마트폰을 끄려고 하는데 하도 긴장이 되니 그날따라 잘 꺼지지도 않는다. 쩝.


  방송에서는 계속해서 답을 클릭하는 방법, 풀지 않은 문제로 이동하는 방법 등을 설명해주고 마우스를 움직여답안 체크가 잘되는지 연습하는 시간을 5분 정도 주고 테스트를 종료하라고 했다.


  드디어 시험을 시작하라는 방송이 나오면서 화면에 문제가 나타났다. 40분 동안 40문제를 풀어야 한다. 1번 문제를 풀기 위해 문제를 읽어 보았다. 그런데 1번 문제부터 모르겠다. 헉. 황당해서 잠시 멍 때리다가 정신을 차리고 1번 문제는 일단 패스한후 다음 문제를 풀었다. 어렵다. 너무 어렵다. 풀어본 기출문제들과 너무 다르다.


  오랜만에 보는 시험이라 너무 긴장돼서 힘든데 문제까지 왜 이리 어려운 것인지. 학원 선생님은 쉽다, 풀어볼 만하다고 하시더니 완전히 속았다. 기출문제에서 10문 제도 안 나온 듯하다.


  마지막 40번까지 다 풀고 보니 13문제 정도를 패스하고 안 풀었다. 다시 풀지 않은 문제들로 가서 읽고 또 읽으면서 풀어보았다. 죽어도 모르겠는 문제는 역시 대충 감으로 찍었다.


  겨우겨우 40문제를 다 풀고 나니 5분이 남았다. 5분 동안 1번부터 다시 풀어볼까 하다가 고치면 틀릴 것 같아 그냥 빨리 문제를 제출하고 종료하는 버튼을 누르고 시험장을 퇴실했다.


  출구 쪽으로 가려는데 건물을 관리하시는 경비아저씨가 시험을 잘 봤냐고 웃으시면서 물어보신다.

"아저씨, 완전히 망한 거 같아요. 너무 어려웠어요. 저 시험 보러 조만간 다시 올게요."

라고 하니 허허허 웃으신다.


  밖으로 나와 숨을 고르고 친구를 기다렸다. 친구의 표정도 어둡다. 같이 망한 듯하다며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우울하고 허탈했다. 시험 끝나면 속 시원할 줄 알았는데 속이 상하고 가슴이 답답하다.


  다음 시험은 언제 볼까라는 이야기 등을 하며 점심을 먹으러 갔다. 간판도 제대로 없는 작은 분식집이었는데 환상적인 김밥과 쫄면 그리고 깊은 맛의 육수로 인해 친구와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다음날 오전 열 시. 망한 시험이지만 점수라도 확인해보자 싶어 상공회의소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으잉? 75점과 65점이 보인다. 각 과목당 40점은 넘어야 하고 두 과목 평균이 60점 이상이면 합격이다. 우어 합격이라니. 친구도 역시 합격이란다.


  한 달간 새벽 1시까지 공부했던 보람이 느껴졌다. 집안일을 다하고 둘째를 재우고 밤 9시부터 1시까지 공부하느라 힘들었는데 보상받은 기분이라 너무 좋다.  


  자, 이제는 실기시험 준비해야지. 실기까지 한 번에 붙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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