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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May 03. 2021

놀이터에서 책을 보았더니

이런저런 이야기 99

  몇 년 전 큰 딸아이가 6,7세 정도의 나이였을 때다. 유치원에서 집으로 오는 시간은 10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집까지 오려면 아파트 후문을 지나 놀이터를 거쳐 우리 집 건물까지 오는 코스여서 늘 놀이터에서 30분에서 1시간 정도를 놀다 집으로 오곤 했다.

  

  아파트 안에 있는 놀이터니 유치원 친구들도 만나고 놀이터에서 자주 본 동생, 언니들하고도 어울려 놀다 보면 기본 30분 이상씩 잘 노는 딸아이였다.


  매일매일 놀이터 의자에 앉아 딸아이가 노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만 있자니 무료하기도 하고 시간도 아까워서 어느 날은 책을 챙겨서 들고 나왔다.


  그리고 놀이터 의자에 앉아 책을 읽었다. 책을 보다가 딸이 안전하게 잘노는지 잠깐 보고 다시 책을 보았는데 무료하고 따분한 시간에 책을 볼 수 있다니 너무 행복했다. 게다가 집안이 아닌 밖에서 보는 책맛은 정말 달랐다. 따스한 햇살도 쬐고 살랑살랑 부는 바람도 느끼고 딸과 다른 아이들이 노는 소리도 들리는 중에 책을 읽으니 모든 게 다 너무나 좋았다.


  그래도 딸아이가 그만큼 컸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더 어린 나이였다면 책은커녕 눈을 절대로 뗄 수 없이 계속 주시하고 있었을 터였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역시나 딸과 함께 놀이터에 들렀고 책을 보았는데 어느 날 맞은편에 보이는 놀라운 광경. 한 엄마가 나처럼 의자에 앉아 책을 보 있는 것이다. 와우. 반갑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신기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은 어제 본 엄마가 아닌 다른 엄마도 책을 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로 인해 생긴 현상이었는지는 확실치 지만 어쨌거나 내가 책을 본 이후로 보게  광경들이어서 나름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마치 책 읽기 전도사라도  기분이랄까.


  긴 시간의 독서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두 장이라도 책을 볼 수 있다는 게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마 다른 엄마들도 같은 기분이었을 것 같다. 육아만 하다가 책을 보면 조금이라도 뿌듯함이 느껴지고 나 자신에게 투자한 기분이 드니 말이다.

  

   이 글을 다 쓰고 나서도 읽다만 책을 봐야겠다. 나의 하루중의 기쁨이니까.

  

아파트 놀이터에서 매일 잘 놀던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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