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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Apr 30. 2021

남편의 몸은 직장이다

15년 차 동갑내기 부부의 결혼생활 이야기 33

  남편은 라면을 좋아한다. 신제품이 나오면 무조건 사 먹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스타일이고 일주일에 서너 번 이상 라면을 먹을 정도로 라면 중독자였다.


  그런 남편의 몸은 너무나 정직해서 내가 직장(정직한 내장)이라고 부르는데 라면이나 피자, 빵, 만두 등을 먹은 날 저녁이면 어김없이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린다. 설사를 꼭 하기 때문이다. 쿨럭.


  밀가루가 안 받는 체질이라고 해야 할지. 몸이 너무나 정직해서 안 좋은 것들이 몸속에 들어오면 바로 밀어내는 것인지. 그래서 또 한편으로는 직빵으로 바로 내보낸다는 의미의 직장이기도 하다.


  대기업에서 10년 이상의 회사생활을 할 때는 주말에 특히 라면을 더욱 몰아서 먹었는데 맛있게 라면을 먹고 나서 주말 내내 밤마다 설사를 하느라 늘 고생을 했다. 그러다가 월요일 아침에 출근을 할때가 되면 신기하게도 주말 내내 하던 그 설사가 바로 멈추었다.


  음, 남편의 몸은 직장에 충성된 몸인가 보다. 회사만 가면 몸이 정상이 되다니 참으로 신통방통하다. 반대로 생각하면 회사에 가면 몸이 긴장해서 그런 것 인지도 모르겠다.(그런 거라면 괜히 또 남편이 짠해지기도 한다.)


  그래도 몇 년 전 40대로 들어서면서 라면 먹는 횟수가 많이 줄었고 지금 남편은 두세 달째 라면을 거의 먹지 않고 있다. 허리디스크가 도져서 치료 중인데 한의사 선생님이 다이어트를 해서 살을 빼고 허리 근육을 키워야 한다는 말에 열심히 걷기 운동을 하고 식이요법을 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열심히 살을 잘 빼고 탄수화물은 전혀 먹지 않던 남편은 도저히 안 되겠는지 며칠 전 잘 참았던 라면을 끓여 먹었다. 라면 한 그릇을 먹는 내내 너무나 맛있게 먹고 얼마나 행복한 표정을 짓던지 원. 먹는 즐거움이 이리도 큰 것이었구나 라고 새삼 느끼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그날 저녁 남편은 또 오랜만에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흐흐. 남편의 몸은 직장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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