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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Jul 04. 2021

사는 게 힘들지, 쿨피스 한잔할래?

이런저런 이야기 112

  대학생 1학년인 조카가 요즘 우리 집에 와있다. 어릴 적부터 방학 때면 늘 우리 집에 와서 보내다 가는데 이번에는 반강요에 의해서 와 있는 중이다.


  내가 알바와 프리랜서 일을 하다 보니 큰 딸아이를 돌봐줄 누군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카에게 빨리 와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4학년인 딸아이는 요즘 격주로 학교를 가는데 그래도 혼자 집에서 내가 퇴근할 때까지 있게 하기는 너무 불안하고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조카의 방학식과 내 일이 시작하는 날이 거의 맞아서 방학을 하자마자 우리 집에 왔다.  


  조카가 우리 집에 오면 첫째 딸아이도 둘째 아들도 너무나 좋아한다. 조카가 아이들과 잘 놀아주고 잘 챙겨주니 말이다. 그래서 조카가 집에 돌아가는 날은 눈물바다가 될 정도이다.


  오빠의 딸로 세상에 딱 하나뿐인 조카는 나에게 맏딸이자 동생 같은 존재이다. 조카가 5살 때까지 오빠네와 친정집에서 한집에 살았기에 내가 거의 조카를 키우다시피 했다.


  결혼을 해서도 난임으로 6년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을 때 조카를 돌봐주고 사랑을 쏟아주어 키웠던 기억이 난다. 그 사랑이 내리사랑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전해지는 듯하다.


  재작년 고2 때까지만 해도 남편과 나는 조카가 우리 집에 와있을 때 이런 식으로 장난을 치곤 했다.

"공부하기 힘들고, 스트레스받고, 사는 게 힘들지? 어디 쿨피스 한잔 할까?"


  그랬는데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라 작년 겨울부터 남편과 조카와 셋이서 맥주 한잔을 하는데 기분이 묘하다. 이 녀석이 이렇게 컸구나 싶고 반대로 내가 나이를 많이 먹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교 입학을 할 때 거의 전액 장학금을 받은 조카는 이번에 1학년 1학기 성적도 평점 4.2로 잘 나온 편이다. 이번에도 아마 장학금을 잘 받을 것 같다.


  대학교 첫 방학이니 친구들과 놀고 싶기도 하고 아르바이트해서 용돈을 벌어 이런저런 쓰는 맛을 느끼고 싶을 텐데 싫은 내색 없이 바로 와준 조카가 너무 고맙다. 두둑하게 용돈을 많이 챙겨줘야겠다.




9년 전 친정엄마와 조카와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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