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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Jul 11. 2021

혹시.. 설마

이런저런 이야기 113

  며칠 전 월경을 미루는 약을 먹었다. 생리통이 심한 편이라 평일 알바 중에 월경을 하는 것보다 금요일부터 주말 즈음에 하는 게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약국 선생님은 매일 같은 시간에 약을 꼭 먹어야 한다고 했고 먹다가 끊으면 3일 후쯤에 월경을 하게 된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일주일 정도를 먹었는데 약을 먹던 중이던 어느 날 아침에 갑자기 욕지기가 올라왔다. 토할 것 같고 메슥거리고 울렁거렸다. 그렇게 3일 정도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여보, 설마. 아니겠지?"

"뭐? 왜? 설마 뭐? 임신? 에이,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아니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혹시... 설마..라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남편이랑 피임도 확실하게 잘했는데. 근데 피임이 백 프로는 없다는데. 에이, 아니야. 아닐 거야. 아니겠지. 안돼. 절대 안 돼!'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나이 마흔여섯. 둘째가 5살. 지금도 너무 힘든데. 셋째는 아니야. 절대 안 돼. 난임이라 둘째도 기적같이 생겼는데 셋째도 또 기적처럼 생길 수는 없는 거라며 강하게 부정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렇게 3일 동안 혹시 모를 불안에 떨고 있었다. 그리고 약을 끊은 지 4일째에 너무나 감사하게도 월경이 시작되었다. 휴. 정말 다행이다.


  친구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월경 미루는 약의 부작용으로 구토, 두통, 복통 등이 있다는 말을 해주었다. 그렇지. 역시 그런 거였지. 셋째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지.


  그리고 다짐했다. 남편에게 빨리 수술하러 가자고 다시 말하기로 말이다. 남편이 수술을 할 거라고 먼저 한참을 얘기하더니만 요즘 조용하다. 마음이 바뀌었나?


  음, 남편이 안 하면 나라도 해야겠다. 겁나고 불안해서 도무지 살 수가 없다.


https://brunch.co.kr/@sodotel/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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