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와 프리랜서 일을 시작한 지 3주가 지났다. 두 가지 일을 병행하고 집안일에 아이들까지 신경 쓸게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4학년 딸아이에게 엄마를 좀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일이 생겼다.
며칠 전 그날만 일찍 출근을 해야 하는 날이라 딸아이에게 5살 둘째 아들의 등원을 부탁했다. 같은 학교 병설유치원을 다니니 학교 가는 길에 동생을 좀 데려다 달라고 했다. 뾰로통한 얼굴로 알겠다며 둘째의 등원을 잘 시켜 주었다.
그리고 며칠 후 딸아이가 하는 말.
"엄마, 일 안 하면 안 돼? 엄마가 일하니까 심부름을 자꾸 하게 돼. 그리고 복근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는 건 너무 하기 싫어."
딸의 말을 듣자마자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엄마, 아빠가 힘들게 일하는 게 누구를 위한 건데. 어쩜 우리 딸이 이런 말을 할까 싶어 어이도 없고 속상하고 큰일 났다 싶었다. 이렇게 이기적인 아이였나 싶고 이 아이를 어찌하면 좋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딸에게 말했다.
"그래? 가족끼리 서로 힘들 때는 도와주는 게 당연한 건데 너는 그걸 못하겠다는 거지? 엄마가 매일 부탁하는 것도 아니고 동생일은 딱 한번 부탁한 건데.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엄마는 진짜 너무 속상하고 너한테 좀 실망했어. 어쩜 그렇게 네 생각만 해? 그래서 엄마도 안 할래. 엄마도 너에 대한 지원을 다 끊으려고. 피아노와 태권도 학원을 당분간 끊을 예정이야. 그렇게 알아."
그러자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는 딸아이. 내 마음도 미어졌지만 딸아이도 뭔가 느끼라는 의미에서 힘들게 결정한 일이었다. 특히 피아노는 딸아이가 7살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다닌 학원이라서 나도 좀 속상했지만 내 결정이 후회되지 않았다.
잠자리에 들기 전 남편에게도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까 내 결정을 잘했다고 해주었다. 그리고 딸아이가 그렇게 말했다는 것에는 남편도 나름 상처를 받은 낌새였다.
다음날 오후, 딸아이는 어제 죄송했고 잘못했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나는 딸에게 무엇을 잘못했고 내 마음이 어땠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설명을 잘 해주었다. 그리고 일단 학원은 말한 대로 끊되 우선 한 달만 끊겠다고 말했다.
내가 좀 심했나 싶기도 하고 딸아이의 마음을 내가 잘못 헤아린 건가 싶기도 하고. 참 별의별 생각들이 다 들었다. 아이를, 자식을 바르게 키운다는 것은 정말 힘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