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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Oct 19. 2021

녹색학부모 처음 해본 날

이런저런 이야기 125

  어제는 첫째 딸아이 반의 녹색학부모 활동을 처음 해본 날이다. '녹색어머니'라고 불리우다가 '녹색학부모'로 명칭이 바뀌었다.


  작년에는 코로나로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않아 녹색학부모 활동이 없었고 전학 오기 전의 학교에서는 둘째가 어린 동생이 있는 가정에는 녹색학부모를 하지 않아도 되게끔 배려를 해주었다.


  딸아이네 학교에서는 1년 동안 전 학년이 반별로 일주일간 녹색학부모를 맡게 되는데 그래서 모든 학부모들이 1년에 딱 하루씩 녹색학부모로 봉사를 해야 한다.


  그래서 어제는 다른 날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씻고 아이들의 밥과 옷을 챙겨주고 둘째를 남편에게 맡긴 후 부랴부랴 학교로 향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라 더 춥게 느껴지기도 했고 처음 해보는 녹색학부모라 긴장도 되었다.


  1층에 있는 학부모실로 가니 아직 아무도 없었다. 그곳에 있던 안내문을 읽어보고 있자니 딸아이네 같은 반 아버님이 오셨다. 인사를 나누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서로 준비물을 챙겼다. 호루라기, 장갑, 조끼, 깃발을 챙겨 들고 지정된 위치에 섰다.


  내가 지정된 곳은 횡단보도와 신호등이 있는 곳으로 아이들이 가장 많이 지나다니는 곳이었다. 신호등 신호에 맞춰 호루라기를 불며 깃발로 수신호를 해주었다.


  잠시 후 교장선생님이시라며 나에게 인사를 건네시면서 "어머니가 1등으로 오셨네요. 봉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하신다. 그리고 담임선생님도 오셔서 인사를 하셨다. 전화상담만 하다가 실제로 뵈니 더욱 반갑고 좋았다.


  그리고 내 맞은편에 서시는 같은 반 어머니도 오셔서 나에게 인사를 하신 후 맞은편으로 가서 함께 녹색학부모를 했다.


  한창 열심히 하고 있는데 담임선생님이 뛰어 오시더니 오늘 녹색학부모가 7명 중 3명만 와서 다른 쪽 신호등에 사람이 부족하다는 말에 내가 그쪽으로 가겠다고 말씀드리고 뛰어갔다.


  학교 후문 쪽인데 횡단보도만 있고 신호등이 없는 곳이라 아이들에게는 조금 위험한 곳이었다. 그늘지고 추운 곳이었지만 우리 아이들을 잘 지켜줘야겠다는 사명감이 불끈 솟았다.


  잠시 후 2, 3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내가 하는 수신호에 맞춰 횡단보도를 걸어오며 하는 말.

"안녕하세요. 오늘 날씨가 너무 추운데 너무 수고가 많으셔서 감사드립니다."라고 또랑또랑 이쁜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 가는 것이었다.

"어머, 너는 어쩜 이렇게 이쁘게 말을 잘하니? 너도 추운데 감기 조심하고 오늘 즐겁고 행복하게 잘 보내렴."이라고 답해 주었다.


  와, 진짜 감동이었다. 기분이 정말 좋았고 뭉클했다랄까. 그 아이의 부모님들이 어떤 분이실지 참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정교육을 정말 잘하셨구나 라는 등의 생각들을 하고 있는데 2,3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녹색어머니를 하고 계시던, 아까 인사를 나누었던 같은 반 아버님이 그 여자아이에게 인사받았냐며 물으셨다. 아버님 역시 그 여자아이에게 먼저 같은 인사를 받으셨더랬다.


  시간은 금방 흘러 녹색학부모 활동을 마치고 옆쪽에 계셨던 아버님과 함께 학부모실로 향했다. 아버님도 나와 같이 그 여자아이로 인해 기분이 좋았고 오늘 참 뿌듯했다는 말을 하셨다.


  사실은 '녹색학부모를 어떻게 해야 하나, 잘할 수 있을까, 못한다고 할까, 남편에게 하라고 할까'라는 등의 고민을 잠깐 한 적이 있었는데 어제 녹색학부모를 해보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뿌듯하고 보람도 있고 아이들의 안전에도 더욱 관심이 생겼고 행복한 인사도 선물로 받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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