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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Apr 14. 2022

두 아들이 있는 친구를 보고 놀란 점

이런저런 이야기 150

  며칠 전 소꿉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났다. 다들 멀리 살고 애들 키우랴 일하랴 바빠서 자주 보질 못했는데 그중 한 친구랑은 그나마 가까운 편이라 종종 만났다. 작년에는 그 친구네 집에 온식구가 놀러 가서 하루 자고 온 적도 있었다.


  아들만 둘인 친구는 유치원 교사로, 원장으로 20여 년을 일한 친구다. 성격도 밝고 싹싹하고 애교가 넘치는, 나랑 참 많이 비슷한 친구인데 친구네 집에 놀러 가서 놀랐던 점이 있었다.


  우리 가족은 남편과 나, 11살 딸, 5살 아들이었는데 친구네 중학생 두 아들이 어찌나 자상하고 친절한지. 특히나 5살이었던 아들과 너무나 잘 놀아줘서 친구네 집에서 너무나 편하게 하루를 잘 놀고 왔더랬다. 엄마 친구인 아들이 오랜만에 놀러 와서가 아니라 아이들을 원래 잘 봐주고 좋아하는 아이들이었다.


  자신의 엄마와 스스럼없이 안아주고 사랑한다 말하고 스킨십을 엄청 자주 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 정말 놀라웠다. 특히나 둘째 아들이 집에서 딸 같은 역할을 했는데 엄마가 하는 집안일도 잘 도와주고 외출할 때도 엄마랑 팔짱을 끼고 다니는데 어찌나 이뻐 보이 던 지.


  가만히 관찰해 보니 그런 모습은 엄마인 내 친구의 영향이 큰 듯했다. 애교가 정말 많은 친구인데 평상시에도 아들들과 말도 많이 하고 자주 안아주고 전화통화도 자주 했다.


  아들들이 집에 오면 무조건 얼싸안고 한 바퀴를 돌며 인사를 한단다. 그러다 남편이 오면 남편에게 온 식구가 달려들어 얼싸안고 또 한 바퀴를 돌며 인사를 한다는데 정말 대단하다 싶었다.


  밖에서 아들을 우연히 만나면 멀리서도 아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막 뛰어가서 안아준단다. 아들들은 처음에는 싫어하는 것 같았지만 매일 하다 보니 이제는 그러려니 하며 다 받아준단다.


  친구들과 모여 모임을 하고 있는데도 아들과 남편에게 자주 전화가 왔다. 미주알고주알 애교 있게 대답하는 친구를 보며 그 모습이 참 부럽기도 하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친구의 아들들은 지금도 거실에서 아빠와 셋이서 자는 경우가 많은데 아빠한테 혼날 때는 아빠를 제일 무서워하면서도 아빠랑 자는걸 제일 좋아한단다.


  집에 있으면 세 남자 모두 팬티만 입고 돌아다니는데 그 모습이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되었다가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단다. 가끔은 자기 혼자 여자라서 외로울 때도 있고 딸이 없어서 서운하고 속상할 때도 있다고 했지만 내가 보는 친구는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초등학교 시절에 그 친구네 집에 놀러 가서 문화적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지금도 친구랑 만날 때마다 그 얘기를 하면서 웃는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이었는데 그 친구네 집에 가서 놀고 있었다. 둘이서 재미나게 놀고 있는데 친구의 어머니가 외출했다 돌아오셨다. 인사를 드리고 다시 친구랑 거실에서 놀고 있는데 어머니가 갑자기 입고 있던 위아래 옷을 훌렁 벗으시고 브래지어와 속치마만 입으신 채 선풍기를 쐬고 계셨다.


  나는 너무나 놀랍기도 하고 민망해서 친구의 방으로 들어가서 놀려고 했는데 어머니가 하시는 말.

"샬롬아. 아줌마가 더워서 옷 좀 벗었어. 아줌마는 원래 이러니까 놀라지 말고 계속 놀아. 거실에 그냥 있어도 돼. 호호호."


  나중에 친구한테 들은 얘기로 어머니는 더위를 못 참으셔서 평소에도 훌훌 다 벗고 사신다고. 엄마뿐만이 아니라 아빠도, 언니도, 오빠도 다 그런단다. 게다가 옆집에 사는 소꿉 남자 친구가 놀러 와도 저러신다며 조금 쑥스러워하기도 하고 웃어 넘기기도 하면서 말을 했다.


  그때는 그 모습이 정말 충격적이었고 '아우, 창피하게 왜 저러시나.' 했는데 지금 어른의 입장에서 가만히 되돌아 생각해보면 어머니의 그런 모습이 지금의 내 친구를, 친구의 언니와 오빠가 되게끔 큰 영향을 주신 것 같다. 그리고 더 나아가 지금의 친구 아들들도 아마 그 영향이 있었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남자든 여자든 성에 대해 개방적으로 되고 대화도 많이 하고 늘 화목하고 항상 재미있게 사는 그런 친구의 집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삼 남매가 항상 밝고, 재미있고, 털털하고, 친구가 많아 집에 친구들이 자주 놀러 오는 그런 집의 아이들이었다. 아버지도 자상하시고 어머니도 털털하시면서 재미있으신 그런 분들이셨다.


  친구네를 보면서 나는 반성도 많이 하고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비록 애교는 없지만 나도 원래 재미있고 웃기고 털털한 사람이었는데 왜 친구처럼 아이들에게 그러지 않았을까? '

'나도 아이들에게 더 많이 스킨십을 하고, 사랑한다고 더 자주 말해주고, 더 재미있고 웃긴 엄마가 되어야지.'

'큰 딸아이가 밖에서 모른 체를 해도 내가 달려가서 안아주고 더 격하게 반응해 줘야지.'

'우리도 밖에서 아이들이 들어오면 무조건 안아주고 뽀뽀해줘야지'

'나도 애교를 좀 떨어볼까?(하아. 힘들겠지만. 쿨럭.)'

'남편과 같이 아이들에게 사랑한다고 표현도 많이 하고 행복한 가정으로 만들어야지.'


  조만간 우리 집에 친구네 식구들 모두 모여 하룻밤 자기로 했는데 그때도 친구와 친구의 아들들을 더 자세히 관찰하고 공부해야겠다.



그 친구가 모임때 선물로 준 꽃

https://brunch.co.kr/@sodotel/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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