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5학년 딸아이가 같은 반 남자애와 둘이서 에버랜드에서 놀고 왔다. 딱 둘이서만 간 건 아니고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으로 둘이 한조가 되어 다녀왔다.
1학기 때 학부모들의 투표로 에버랜드로 결정이 나고부터 딸아이는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3년 만에 가는 현장체험학습이었으니 그럴 수밖에. 게다가 2학년 2학기 때는 독감에 걸려 소풍을 가지 못해서 딸아이에겐 더욱더 특별한 날이기도 하다.
현장체험학습 날짜가 다가오자 딸아이는 점점 더 흥분했고 머릿속이 온통 에버랜드로 꽉 차 있었다.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떤 가방을 가져갈지, 누구와 다닐지, 어떤 놀이기구를 탈지 등등.
반에서 같이 다닐 조를 짜기 시작했는데 선생님께서 절대 혼자 다니지 말고 둘 이상씩 한조를 이루어 다니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친한 친구들끼리 조를 짜라고 하셨는데 아이들이 서로 말이 많았는지 다시 선생님이 임의대로 조를 짜 주셨다.
그러자 딸이 포함된 조는 다른 여자애들 두 명을 포함해서 세명이 한 조가 되었는데 그중에 한 명이 놀이기구를 잘 타지 못하는 친구가 있었다. 두 친구가 놀이기구를 탈 동안 혼자 있을 수는 없으니 선생님은 또다시 조를 짜라고 하셨다.
그래서 딸아이는 자신처럼 놀이기구를 제일 잘 타는 남자애와 둘이서 한조가 되었는데 나는 그 소식을 듣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둘이 신나게 빠릿빠릿하게 잘 다니는 건 좋은데 화장실 갈 때는 혼자 가면 안 될 텐데 어쩌려고 그러나 싶었다.
담임선생님께 살짝 여쭤보니 남녀로 둘이 다니는 친구들은 화장실 갈 때 선생님께 연락을 하라고 하셨단다. 아니면동성인 친구들과 꼭 같이 연락을 해서 화장실을 가도록 지도하겠다고 말씀하셔서 그나마 마음이 놓였다.
왜 그리 걱정이 많냐고 하겠지만 친한 지인이 하는 말이에버랜드에 중, 고등학생들도 많이 오는데 돈을 빼앗거나 나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이 꽤 많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역시 알면 알수록 걱정도 많이 생기는 듯하다. 그런 얘길 듣지 않았다면 걱정도 덜했을 텐데. 아무튼 세상이 하도 흉흉해서 딸 가진 부모 입장이라걱정이 이래저래 많다.
드디어 딸이 그렇게 기다리던 에버랜드에 가는 날. 딸은 40여분 거리이긴 하나 전세버스에서 먹을 멀미약도 챙기고 물과 소소한 간식들도 챙기고 비가 온다는 예보에 우비와 우산까지 챙겨갔다. 크로스 가방에 핸드폰도 넣고 간식 사 먹을 돈도 3만 원을 만원씩 쪼개서 여러 곳에 보관시켰다.
에버랜드 가는 날까지 몸이 아프거나 코로나라도 걸릴까 봐 조심 또 조심하는 딸아이를 보고 얼마나 가고 싶으면 저럴까 싶었다. 친구들과 진짜 오랜만에 가는 소풍이며 나들이니 그럴 수밖에.
내 걱정과 달리 딸아이는 같이 다닌 남자애와 함께 반에서 놀이기구를 제일 많이 탄 사람일 정도로 너무나 잘 놀다 왔다. 놀이기구를 10개나 탔단다. 게다가 그 무섭다는 티익스프레스도 여자 중에서 혼자만 탔다나 뭐라나.
아무튼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닌 것들이 엄마가 되다 보니, 특히나 딸 가진 엄마이다 보니 걱정을 너무 많이 하는구나 느껴진다.
좀 내려놓아야지 하는데도 참 그게 쉽지가 않다. 자식 걱정은 끝이 없다는 말이 진리인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