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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Oct 20. 2022

몇 년 만에 스타킹을 사 왔다

이런저런 이야기 161

  어제는 6살 둘째 아들의 학부모 참여 수업 날이었다. 유치원에서 코로나로 못하다가 3년 만에 하게 된 학부모 참여 수업이라 기분이 남달랐다.


  사실 맞벌이하는 부모들이 많아서 많이들 참여를 안 할 거 같아 나는 참여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2년간 병설유치원 한 개뿐인 반에서 친해진 엄마들의 단체 톡방에서는 엄마가 못 가면 아빠라도 꼭 보낸다는 말에 나는 불량엄마인가 하고 괜히 찔린 마음이 들었다.


  둘째는 엄마가 유치원에 오는 날이 언제냐며 일주일 전부터 매일 손가락을 꼽고 기다렸다. 근데 속으로 나는 귀찮은 데 가야 하나 라는 생각뿐이었다.


  어제 아침, 큰애는 학교에 등교하고 둘째는 유치원에 등원시키고 집에 와서 부랴부랴 참여수업에 갈 준비를 했다. 씻고, 머리를 말리고, 화장을 하고, 원피스도 꺼내 입고, 구두도 꺼내 두었다.


  그런데 아뿔싸. 집에 스타킹이 없다. 집 앞 편의점에 뛰어가 스타킹을 사 왔다. 몇 년 만에 사보고 신어보는 스타킹인지.


  유치원에 도착해서 같은 반 엄마들과 수다를 좀 떨다가 학부모 참여 수업에 참여했다. 엄마들이 당연히 더 많았지만 아빠들이 참여한 집들도 꽤 많았다. 가정적인 아빠들이 요즘 부쩍 많아진 것 같아 흐뭇해 보였다.


  과일 타르트 만들기, 액자 공예, 천사놀이 등 세 가지 활동들을 2시간여에 걸쳐 아들과 함께 체험을 했다. 아들은 엄마와 함께 하는 유치원 체험시간들이라 그런지 신나 보였고 좋아했다. 아들과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든 것 같아 나도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학부모 참여 수업이 모두 마치고 아들이 교실에 들어갈 때까지 인사를 하는데 아들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엄마랑 또 막상 인사하고 들어가려니 슬픈 마음이 드나 보다. 한번 더 꼭 안아주고 점심식사 맛나게 먹고 이따가 보자고 이야기를 해줬다.


  그 모습을 보자니 짠한 마음이 들었다. 오후에 일이 있는 엄마라 같이 집에 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니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따 하원하고 집에 오면 맛있는 것을 많이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같은 반 엄마들과 인사를 나누고 일하러 집으로 가는 길. 나는 집에서 프리랜서로 일한다. 아무튼 오래간만에 화장도 하고 원피스도 입고 구두도 신고하니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어딘가 놀러 가고 싶고 친구들도 만나고 싶고 말이다.


  가을이라 그런가 우울한 건 아닌데 그냥 마음이 쓸쓸한 기분도 들었다. 그래도 또각또각 거리는 구두 소리가 오랜만이라 그런지 그런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구두 소리가 이렇게 듣기 좋은 것이었다는 걸 이제 알았다니. 자주 구두를 신고 다녀야겠다.



학부모 참여수업 때 아들과 만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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