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진작 학교에 갔고 9시가 가까워지자 등원 준비를 하던 아들이 나에게 묻는다. 자기 방에서 뭔가를 한참 찾다가 보이질 않는지 같이 찾아달란다.
오랜만에 스파이더맨 가면을 하고 유치원에 가고 싶단다. 바로 찾아서 주었더니 얼굴에 쓰면서 빨리 유치원에 가잔다. 나는 아들에게 유치원에 가서 가면을 쓰라고 했다. 유치원 가는 길에 혹시라도 창피하지 않겠냐며 물었더니 괜찮다고 꼭 집에서부터 쓰고 가고 싶단다. 다행히 걸어서 5분 거리인 유치원.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어른들이 아들에게 웃으며 인사한다.
"오, 스파이더맨이네. 안녕"
1층에서 만난 용역 아주머니도 아들에게 가면 쓰고 유치원에 가냐며 웃으신다.
아파트 건물을 나오자마자 나는 사실 아들의 손을 놓고 싶었다. 왜 갑자기 창피함은 나의 몫이 되었는지. 허허. 작년까지만 해도 아들이 이런 가면을 쓰고 다니면 창피하지 않았는데 아들이 6살이 돼서 그런가 싶다. 정작 아들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엄마인 내가 창피하다. 흐흐.
공원을 지나 횡단보도 앞에서 초록색 신호등을 기다리면서도 어른들이 아들에게 한 마디씩 인사를 하시면서 웃으신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어른들께 인사를 안 한다. 쩌업. 육춘기냐.
유치원 입구에서 나와 인사를 한 후 신발을 벗고 들어가자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선생님, 복근이가 스파이더맨이에요."
스파이더맨 가면을 쓴 아들이 창피했지만 집에 오면서 생각해보니 아들 덕분에 기분 좋은 아침이 되었던 것 같다. 엄마인 나도 그리고 스파이더맨 가면을 쓴 아들을 만난 사람들에게도 말이다.
조용한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웃들과 웃으며 인사를 했고, 지나가던 동네 주민들에게도, 청소를 하고 계시던 아주머니에게도 잠시나마 웃음을 주고 기분 좋은 하루가 시작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