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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Nov 18. 2022

벽난로 자리가 아니었다면

이런저런 이야기 162

  어제 수능시험이 있었다. 다행히 몇 년 전부터 수능 한파도 없어진 듯해서 그나마 다행히 아닌가 싶다. 날씨가 추우면 정말 긴장이 더 되니까 말이다.


  내 주변에는 딱 한 명, 절친의 딸이 수능시험을 치렀다. 내 친구도, 친구의 딸아이도 그간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지 짐작이 대충 간다.


  나도 28년 전 수능시험을 보았다. 그날도 엄청 추웠더랬다. 다행히 멀지 않은 집 근처 학교에서 시험을 보았다. 배정된 반에서 시험을 함께 본 아는 친구는 한 명도 없었지만 그래도 옆반에 절친들이 많아서 점심시간에 한 교실에 모여 재미있게 점심식사를 한 기억이 난다. 딱히 긴장도 잘 되지 않았고 그냥 평소 모의고사 보듯이 시험을 치렀다.


  점심을 다 먹고 나서 다시 문제를 풀기 시작했는데 몸이 점점 더워지는 게 느껴졌다. 특히나 머리 쪽이 더 뜨거웠는데 하필이면 내 머리 바로 위쪽 벽에 전기난로가 붙어 있었다. 오전에는 따스하고 좋아서 자리운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무튼 점심도 먹었겠다 춘곤증에, 벽난로 때문에 몸은 점점 더워지고 노곤해졌다. 입고 있던 겉옷을 벗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졸리기 시작하더니 꾸벅꾸벅 졸다가 번쩍 눈을 뜨기 일쑤. 그래도 풀건 다 풀고 OMR카드에 마킹도 다 끝냈지만 제대로 집중해서 잘 풀지 못했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래서인지 나 혼자만의 핑계인지 모르겠지만 그해 지원한 대학교는 다 떨어졌고 나는 재수를 해서 다음 해에 대학교를 들어갔다.


  남편에게 이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남편이 하는 말.

"당신이 벽난로 있는 자리가 아니어서 시험을 잘 보고 바로 대학교 들어갔으면 나처럼 멋진 남자 못 만나고 다른 남자랑 살고 있을걸.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못 만났을 테고."


  이건 무슨 궤변이냐. 어이가 없어서 그냥 웃어버렸다. 그런데 정작 재수해서 본 수능성적은 고3 때보다 점수가 더 낮았다는 사실. 흐흐.


   https://brunch.co.kr/@sodotel/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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