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일을 하고 있는데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전화가 오면 늘 두렵고 겁이 난다. 애들한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서 말이다.
6살 둘째 아들이 친구랑 놀다가 친구의 뒤통수에 왼쪽 눈을 부딪혀 한참을 울었다는 선생님의 전화였다. 눈 위쪽 살이 살짝 붉다고 혹시나 퇴근하고 아들의 얼굴을 보고 놀랄까 봐 연락을 주신 것이었다.
더 크게 안 다친 게 다행이라며 괜찮다고 말씀을 드렸고 퇴근을 하자마자 아들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붉은 기는 하나도 없는데 눈에 살짝 눈물이 계속 고여있다. 아들은이제는 아프지 않다고 저녁도 잘 먹고 잘 놀다가 잠이 들려고 하는데 그제야 눈이 살짝 아프다고 하더니 그래도 잘 자는 아들이었다.
그런데 어제 아침에 아들은 일어나자마자 엉엉 울면서 눈이 아픈데 눈이 안 떠지고 눈이 안 보인다고 했다. 식겁해서 아들을 진정시키고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눈이 충혈되어있었다.
나는 아들의 눈에 얼음찜질을 해주면서 9시가 되면 바로 병원에 가자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이제는 눈이 잘 보이냐고 다시 묻자 보이는 건 잘 보이는데 눈을 뜰 때 너무 아프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들은 어제 A라는 친구와 붙어서 놀고 있는데 B라는 친구가 밀어서 A라는 친구의 뒤통수에 눈을 부딪혔다는 설명을 했다.
유치원에는 병원에 들렀다 등원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아들이 말한 대로 말씀을 드리니 B라는 친구가 밀어서 부딪힌 것은 선생님들도 모르고 계셨다고.
눈에 혹시라도 이상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이 너무 들어서 9시가 되기 바로 전에 집 근처 안과로 부랴부랴 갔다. 이런저런 검사를 하고 나서 선생님은 각막에 기역자로 상처가 났다며 항생제가 든 약을 먹고 안약을 처방해 주셨다. 그리고 4일 후 꼭 다시 방문해서 상처가 잘 아물었는지 확인을 하라고 하셨다.
천만다행인 건지, 4일 후에 또 이상이 있을지 걱정은 되지만 그래도 나름 안심을 했다. 병원에서 바로 안약을 넣어주고 약도 먹고 근처 마트에서 맛있는 음료수와 과자를 사주었다. 그랬더니 아들은 오늘 유치원에 가고 싶지 않다고 해서 일을 하지 않기로 하고 아들과 하루 종일 놀아주기로 했다.
집에 가봐야 심심해할 테니 근처 도서관에 가서 아무도 없는 유아방 둘이서만 편하게 앉아 책들을 읽어주었다. 그리고는 놀이터에서 잠시 놀다가 버스를 타고 서너 정거장 거리에 있는 스타 필드로 가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마침 레고 체험 무료 행사가 있어서 한 시간 동안 레고 블록을 가지고 잘 놀고 햄버거도 먹고 쇼핑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오랜만에 아들과 데이트를 했더니 나름 기분도 풀리고 신이 난 아들이었다.
하루 종일 아들과 이리저리 다니고 나도 긴장했던 터라 피곤해서 누워 쉬고 있는데 유치원 선생님들과 같은 반 엄마들한테 연락이 우수수 오기 시작했다. 선생님들은 아들을 더 잘 챙기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문자를 보내셨고 같은 반 엄마들은 아들이 안 오고 눈이 다쳤다는 자신의 아이들의 말을 듣고 모두 연락을 한 것이었다.
다들 걱정이 돼서 연락을 해주니 고마웠다. 그리고 특히나 아들이 있는 엄마들끼리는 절대로 친구들을 밀거나 세게 때리는 행동은 하지 않도록 계속 주의를 주며 교육을 시키자고 약속을 했다.
5세 때부터 그리고 내년까지 같은 반으로 계속 지내게 될 아이들인데 다들 순한 편이라 그래도 감사했는지만 남자아이들은 역시나 한 살씩 먹으면서 드세지고 터프해지는 것 같다.
제발 아이들 모두 크게 다치는 일 없이 잘 지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들의 눈도 이상이 없기를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