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딸아이를 결혼 6년 만에 20여 회가 넘는 시술 끝에 힘들게 만났다. 그리고 다시 6년 후 자연임신이 안된다던 나에게 둘째 아들이 기적같이 생겼고 지금 그 둘째가 6살이다. 둘째를 마흔이 넘는 나이에 가졌고 힘들게 낳았는데 5개월부터 조산기가 있어 4개월을 꼬박 입원하고 출산을 했다.
또 6년 후가 되는 올해, 요 며칠 몸이 이상했다. 가족들과 중국집에 가서 맛있게 음식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갑자기 멀미가 났다. 그리고 그다음 날도 남편과 마트를 가는 중에 또 멀미가 났다.
게다가 배가 콕콕 아프다 안 아프다를 반복했고 월경날이 다가오자 가슴이 살짝 아팠다. 둘째를 출산하고 나서는 없어진 월경 전 증상이었는데 말이다.
혹시나.... 설마.... 에이... 말도 안 된다고 하면서도 딱 한번 피임을 안 했던 날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 달력을 찾아서 세어보니 딱 그날이 배란주기다.
마흔 후반대의 나이고, 배란도 불규칙하고, 첫째를 만나면서 유산을 많이 하다가 나팔관 한쪽도 절제해서 없어 임신확률이 너무 낮으니 안심을 하다가도 내 몸의 증상을 보면 또 임신인 것 같기도 하다.
잠들기 전 남편에게 농담 식으로 얘기했더니 갑자기 진지해지는 남편. 아니야, 아닐 거야 라며 서로를 위로하고 안심시키면서 잠이 들었다.
'그래, 절대 아니어야 해. 난 더 이상 임신, 육아를 할 수가 없어. 자궁이 약해 또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그 일들을 절대로 반복하고 싶지 않아.'
매일매일 임신인지 아닌지에 대해 신경을 쓰다 보니 시간이 흘러 점점 월경예정일이 다가왔다. 안 되겠다 싶어 다음날에는 꼭 임신테스트기라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던 며칠 전 밤에 월경이 시작되었다.
만세. 휴, 천만다행이다. 속이 다 시원하다. 그런데 둘째 낳고 없어졌던 월경통이 이번에는 생겨서 오랜만에 약까지 먹었고 몸살처럼 이틀을 앓았다.
그리고 남편에게 다시 한번 진지하게 말했다.
"여보, 당장 수술해."라고 말이다. 수술이 무섭다며 자꾸자꾸 미루는 남편을 이번에는 두 손 꼭 붙잡고 가서 기필코 수술을 시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