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이 된 첫째 딸아이는 학교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매일 학교도 일찍 간다. 8시 50분까지 등교하라고 하는데 우리 딸은 8시 10분에 집을 나선다.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5분. 바로 코앞에 있는 학교인데도 일찍 간다.
학교측에서는 아침에 너무 일찍 와서 아이들끼리만 있다 보면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8시 30분부터 등교하라고 말은 하지만 딸은 그래도 일찍 간다. 아이들끼리만 있는 그 자유로운 시간이 좋은가보다.
그런 딸이 2년 전 4학년 때 학교 가기 싫다고 몇 번 말한 적이 있다. 같은 반 여자아이 두 명 때문이었는데 말도 세게 하고, 딸아이 가방에 장난이라며 휴지도 던지고, 같이 놀자고 불러서는 지들끼리 어깨동무하고 귓속말하는 등의 행동으로 엄청 힘들어한 적이 있다.
그나마 담임선생님이 중간에서 대처해 주셔서 좋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딸에게는 힘들었던 학년이었다. 그리고 그해 학기말, 학교알리미 어플로 자신을 힘들게 했던 친구를 한두명 정도만 적어 내라고 할 때 그 두 친구의 이름을 적어 내었다. 딸아이가 꼭 적어달라고 했다.
학교에서는 적어낸 아이들을 다음 학년으로 올라갈 때 웬만해서는 같은 반이 되지 않게 반조성을 해준다. 그래서 딸도 그 두 아이와 같은 반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딸아이가 4학년 때처럼 힘들어하는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남자애 한 명이 딸에게만 학용품을 빌려달라고 한단다. 처음에는 부탁조로 말하더니 그다음부터는 당연하다는 듯이 '연필 줘, 지우개 줘, 물티슈 줘'등등이라고 말을 한다나. 허락 없이 필통 안을 뒤지기도 하고 뭐든 딸에게만 물어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럴 때는 세게 단호하게 '싫어, 하지 마'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딸은 그게 잘 안된다고 한다. 딸아이는 성격이 밝고 명랑하지만 마음이 여리고 착한 데다 겁도 많다. 그래서 세게 나오는 친구들에게 잘 받아치질 못하는 성격이다. 엄마 입장에서는 너무 답답해서 속이 상하지만 천성이니 바로 바뀌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래도 조금만 아주 조금만 용기를 내면 자신을 잘 지킬 수 있을 텐데. 단단해지고 야물어지면 좋을 텐데. 그렇다고 '너는 왜 세게 말을 못 하냐'며 윽박지르면 더욱 안된다고 하는데 엄마의 걱정은 끝이 없다.
마지막 초등학교 시절인 6학년이 딸에게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게 하고 같은 반 아이들과도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들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디 하루하루가 평안했으면 좋겠다.
딸이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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