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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녹색어머니

이런저런 이야기 165

by 항상샬롬

지난주 금요일, 6학년 첫째 딸아이의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학교 알림에서 알려준 선생님의 연락처를 저장해 두었기에 핸드폰에 뜬 발신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새 학기 이틀 만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으니 놀랄 수밖에.


다행히도 전화내용은 별일이 아니었다. 올해 첫 주 첫날 녹색어머니(요즘은 녹색학부모라는 명칭으로 바뀜) 4명 중에 내가 포함되었는데 혹시 녹색어머니를 할 수 있겠냐는 전화였다. 올해는 6학년부터 아래학년으로 녹색어머니가 시작되는데 딸아이가 7반이라 끝반인 7반부터 시작이라는 선생님의 설명이었다.


1년에 딱 한 번인데 당연히 해야 하고 할 수 있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너무나 감사해하시는 선생님을 보고 나도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통화가 된 김에 딸아이에 대한 상담도 같이 하자고 하셔서 선생님과 10여분 이상 통화를 했다.


딸아이가 초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나는 녹색어머니를 작년과 올해 딱 두 번만 섰다. 1, 2학년 때는 늦둥이 둘째가 있어 동생들이 어릴 경우에는 녹색어머니를 제외시켜 주었고 3, 4학년 때는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이 학교 가는 날이 거의 없어서 녹색어머니를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제 그래서 마지막 녹색어머니를 섰는데 40분의 시간이 전혀 힘들지가 않았다. 등교하는 새내기 1학년들의 모습은 정말 귀여웠고, 친구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도 이뻐 보였다.


고사리 손으로 부모님과 조부모님들의 손을 잡고 아주 천천히 걸어가는 병설유치원 아이들의 모습도 보이고, 둘째 아들의 유치원 친구 엄마들도 만나 인사를 했다.


지각이라며 부랴부랴 뛰어가는 아이들, 빨강신호등으로 바뀌었는데도 천천히 걸어가는 중학교 아이들도 보였다. 이 모습 저 모습의 아이들을 보니 40여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초록신호등으로 바뀔 때마다 내가 손으로 눌러 소리를 내는 자동호루라기도 나름 재미있다.


그렇게 마지막 녹색어머니가 끝났다. 아니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내년부터 다시 서야 한다. 둘째가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때문이다. 쿨럭. 6번이나 더 남았구나.


6번의 녹색어머니를 할 때도 어제처럼 아이들이 다 이뻐 보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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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오마이뉴스 이미지


https://brunch.co.kr/@sodotel/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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