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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Mar 29. 2023

계속 직진만 해!

이런저런 이야기 167

  요즘 남편과 운전 연습을 다시 하고 있다. 주행도 잘하고 끼어들기도 잘하는데 나는 주차가 너무 어렵다. 옆에 차를 긁으면 어쩌나 라는 생각이 너무 무서워서 운전을 하고 싶지가 않다.


  게다가 40대 후반인 나이가 되다 보니 겁이 더욱 많아졌다. 내 운전 실력으로 아이들을 태우고 돌아다니다가 사고라도 날까 싶어 더더욱 끔찍하다.

 

 장롱면허 20년 차인 나는 딱히 운전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운전을 하지 않았다. 직장도 늘 가까운 편이었고 버스나 전철을 이용해서 다니는 것이 더 편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남편은 비상시를 대비해서라도 운전할 줄 알아야 한다며 열심히 연습을 하란다. 특히나 장거리 운전을 할 때는 남편도 이제 힘이 든다며 번갈아 운전을 해야 한단다.


  남편과 운전 연습을 하다가 결혼초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양재동에 살 때였는데 밤에 갑자기 남편 친구들의 급 번개로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만나 회를 먹자고 연락이 왔다.


  내가 운전을 잘 못하니 남편은 술은 안 하고 회만 먹고 오겠다고 했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남편은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떨며 소주 몇 잔을 하게 되었고 나는 술을 잘 못해서 음료수와 회만 먹은 상태였다.


  그러더니 남편은 집에 갈 때는 나보고 운전을 하라고 했다. 새벽이라 차들도 별로 없고 하니 천천히 운전을 하면서 자기가 라는 대로만 된다고 말이다.


  잠시 후, 집으로 출발하려는 시간은 새벽 3,4시쯤. 거리는 정말 한산해서 차들이 거의 없었고 나는 초긴장을 하며 운전대를 잡았다.  


  그때도 종종 운전연습을 했지만 운전대를 오랜만에 잡은 터러 어깨는 굳고 등에서는 땀이 삐질삐질 나고 눈은 좌우앞뒤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남편은 계속 직진만 하면 된다며 아무 걱정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남편이 자꾸 옆에서 졸고 있었다. 아니 초보운전 부인을 옆에 두고 잠을 자면 어쩌라는 건지. 나는 남편이 고개를 떨구며 졸 때마다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라고 했고 갈래길이 나올 때마다 어디로 가냐며 물어봤는데 남편은 여전히 직진만 하란다.


  그러다 딱 한번 유턴을 천천히 하라고 시켰고 그다음부터는 내가 아는 길이 보이기 시작해서 집까지 무사히 도착을 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집 앞 주차장에서 남편과 나는 자리를 바꾸었고 주차는 남편이 한 후 집으로 들어왔다.


  집에 와서 보니 얼굴은 허옇게 질려있고 등에 붙은 옷은 땀으로 다 젖어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어깨는 심하게 결리고 등은 아프고 온몸이 얻어맞은 듯했다. 얼마나 긴장을 하고 운전을 한 건지.

  

  그래도 운전을 '하면 되는구나', '나도 할 수 있구나', 나름 운전스타일인데', '운전하는 거 재미있네'라며 자아도취에 빠져 며칠을 지냈다는 말씀.


  https://brunch.co.kr/@sodotel/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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