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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May 17. 2023

아직은 아닌데

이런저런 이야기 175

초등 때부터 친구들인 우리 친구들에게는 단체 채팅방이 있다. 그중 A라는 친구는 우리 모임의 회장이다. 자진해서 회장을 맡아 매달 회비도 걷어서 서로의 생일도 챙겨주고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꼭 모이려고 모임도 주선하는 그런 친구다.


어느 날 A는 채팅방에다 말했다. 서른아홉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나도 나중에 나이를 먹어 아플 때 친구들은 나를 자주 찾아와 줄까? 나랑 자주 놀아줄까?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래서 인생에서 남는 건 친구밖에 없다며 얼굴 볼 수 있을 때 자주 보자고 했다.


어릴 때도 A는 애교도 많고 정도 많고 사랑이 많고 표현이 많은 친구라 누구에게나 인기가 있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A를 좋아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밝고 맑고 유머스러운 그 친구가 요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을 맞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 남편분이 갑자기 심각한 암이 발견되어 치료 중이었는데 다른 부위로까지 전이가 심해 지금 위독한 상태다. 친구는 너무 힘들고 슬퍼서 전화를 받지도 못하고 가끔씩 채팅방에 소식을 간간히 전해주고 있다.


나는 친구의 남편분과도 친해서 형부라 부르는데,

'형부, 아직은 아닌데. 아직은 이럴 때가 아니죠. 귀엽고 사랑스러운 A와 두 아들을 두고 이렇게 아프시면 반칙이죠. 이제 겨우 50인데요.'


나이가 들었는지 형부생각을 하며 기도할 때, 친구 A를 생각하며 기도할 때, 최근 암이 발견되서 치료중인 엄마를 생각할 때마다 그냥 눈물이 툭 떨어진다.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서 요즘 참 힘들다. 이런 나보다 친구는 백배, 천배 힘들테지만.


형부도, 친구도 힘을 냈으면 좋겠다. 아무 말도 안 하고 친구를 꼭 안아주고 싶은데 오지 못하게 하니 마음속으로 상상 속으로만 안아주고 있다.


친구야,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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