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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Jul 07. 2023

새벽 3시에 카톡이 왔다

이런저런 이야기 180

새벽 3시에 카톡이 왔다. 이 시간에 카톡이 오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게다가 나는 항상 진동으로 해두고 자는데 그날따라 느낌이 이상해서 바로 깨서 카톡 내용을 확인했다.


마음의 준비는 조금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연락이 올지 몰랐다. 초등학생 때부터 절친인 친구 남편의 부고 소식이었다.


간단명료하게 적힌 부고내용을 보고 눈물이 차올랐다. 이렇게나 빨리 가시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친구의 남편분은 췌장암 말기셨다. 나름 기업인 직장에서 매년 300만 원이 넘는 정기검진을 받으셨는데 올해 초 검사에도 아무 이상이 없었단다.


그런데 허리가 자꾸 아파서 병원에 갔고 정밀검사를 해보니 벌써 췌장암 4기. 4기라는 판정을 받고 6개월 정도를 사시다가 이 세상을 떠난 것이었다. 친구와 가족들은 모두 진작에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한다.


다음날 오후, 친구들과 시간을 맞추어 저녁 6시에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도 친구만 생각하면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장례식장에는 친구남편의 장례만을 치르고 있었고 안내에 적힌 남편분의 사진을 보는 순간 그제야 진짜로 돌아가셨다는 실감이 났다.


장례식 입구에 천천히 다가가니 친구가 보인다. 친구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차올랐고 친구를 얼싸안은채 같이 엉엉하며 울었다. 나도 믿어지지가 않는데 친구는 오죽할까.


"친구야. 어떡하니, 널 어쩌면 좋니. 애들은 어쩌면 좋아."

"오빠(친구는 남편을 오빠라 부른다) 없이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게 너무 무서워."

"울지 마. 많이 울면 안 돼. 나도 안 울 테니까 너도 울지 마. 너 이제 강해져야 해. 힘내."


마음의 준비들을 해서인지 그래도 가족들, 양가 부모님들, 형제, 자매들, 두 아들의 얼굴은 생각보다 밝아 보였다.


친구도 계속 웃으며 사람들을 맞이했고 친구의 오빠와도 친했던 우리 친구들은 오빠가 우리 테이블에 합류해서 오랜만에 수다를 떨면서 그나마 웃으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친구얼굴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속상했다. 남편 없이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힘들지. 아직 젊은 40대 후반의 나이인데.


두세 시간여를 장례식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참 신기했던 게 친구에게 갈 때는 하늘의 구름사이로 동그랗게 무지개가 보였고 집에 올 때는 어두운 하늘 위로 보름달이 휘영청 떠있었다. 마치 친구를 위로해 주고 오빠가 좋은 곳으로 갔다고 알려주는 표식 같았다.


친구에게도 카톡으로 알려주며 힘을 내라고 했다. 친구가 하루빨리 회복되고 예전처럼 밝은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


친구야. 언제든 연락해. 바로 달려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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