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아들이 키즈카페에 가고 싶다며 몇 주 전부터 노래를 불렀다. 그래서 남편이 현충일 전날 유치원에서 아들을 일찍 빼서 키즈카페를 데려갔다.
나는 그날이 공휴일 사이에 낀 샌드위치 데이니까 눈치작전을 잘해서 가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집 근처 스타필드 안에 있는 대형 키즈카페는 사람이 많을 테니 개인이 하는 작은 키즈카페를 가는 게 낫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남편은 오래간만에 가는 키즈카페니 비싸고 넓고 좋은 곳에 아들을 데려가고 싶어 했다. 그래서 아들을 태워 차를 몰아 스타필드 건물로 가려고 좌회전을 하는데 벌써 차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줄 서서 기다리는 차들을 보는데 갑자기 남편의 설사병이 도졌다. 참고 참아 겨우 주차를 한 뒤 아들을 데리고 화장실로 향했다.
남편은 아들과 함께 화장실을 가지 않았다. 한번 가면 오래 걸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남편은 화장실 근처에 있는 의류매장 직원분께 아들을 좀 맡기고 가겠다고 부탁을 했다. 남편은 볼일을 보는데 15분 정도 걸렸고 아들을 만나려 뛰어갔다. 아들은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 아빠를 기다리고 있었다.
매장 직원분은 농담으로 그랬단다. 아빠가 하도 안 와서 아이를 혹시나 버리고 갔나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고 말이다. 남편은 직원분께 감사하다고 거듭 말을 했고 아들과 함께 키즈카페 입구로 갔다. 그런데 입장대기줄이 엄청 길었다.
아들과 함께 줄을 서 있는데 남편은 또 설사병이 도졌다. 아들에게 또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혼자 잠시만 줄을 서있으라 한 후 화장실을 갔다. 남편이 화장실을 다녀오자마자 다행히 아들이 입장하는 순서라 무사히 들어갈 수 있었다.
아빠 없이 혼자서 두 번이나 있게 만든 남편은 아들에게 너무나 미안해서 키즈카페 기본시간 2시간에 추가로 2시간을 더해서 4시간을 끊어주었다.
그리고 아들은 한 번도 쉬지 않고 신나게 4시간을 바짝 놀고 왔다. 나는 키즈카페에서 발행된 5만 원이 넘는 영수증을 보고 손이 후들후들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