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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Jun 09. 2023

아들아, 빨리 하고 뽑기 하러 가자

시시콜콜 육아이야기 60

7살 아들과 치과를 4주째 다니고 있다. 아들의 치아 중 위아래, 좌우로 어금니 4개를 치료하고 있는데 모두 충치다. 어찌 그리 다양하게 골고루 충치인지. 쩝. 특히나 오른쪽 어금니 두 개는 뿌리까지 썩어서 신경치료까지 받았다.


7살이 충치가 4개나 생길 때까지 엄마는 뭐 했냐고 물으신다면 정말 억울하다. 단것들을 많이 주는 엄마가 아니고 양치질도 자주 잘 시키는 편이기 때문이다.


사실 아들은 4살까지 새벽에 우유를 먹었다. 우유를 엄청 좋아해서 하루에 우유를 두세 번씩 먹었고 밥도 세끼 다 먹었다. 저녁밥을 먹고 나서 자기 전에 우유를 마셨는데 양치질을 한 후 잘 잤다.


그러다 새벽 두세 시가 되면 벌떡 일어나 우유를 달라고 했다. 신기하고 놀라웠다. 어쩌면 그렇게 칼같이 일어나 우유를 달라고 하는지 원.


우유를 컵에 따라주면 빨대로 쪽쪽 빨아먹고 아들은 바로 쓰러져 자곤 했다. 양치질을 안 하고 잤으니 그래서 이가 약해지고 우식증이 생겼다.


우유를 주지 말았어야 했는데 4살 배기 자식이 다른 것도 아니고 우유를 달라고 엉엉 우니까 안 줄 수가 없었다. 이때 모질게 하지 못한 게 참 후회가 된다. 그랬으면 이렇게 치과치료를 힘들게 다니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오늘도 아들은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치료를 받았다. 울다 보니 콧물이 생기고 콧물이 생기니 목과 코가 막히고 답답하고 숨이 차니 오늘은 토까지 했다.


아들이 누워있을 동안 엄마인 나는 아들의 양손을 꽉 잡고 있어야 한다. 바둥거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간호사님들 세분도 총출동해서 아들 곁에 달라붙어 한분은 머리를 잡으시고 다른 한분은 다리를 같이 잡아주신다.


치료받는 중에 힘들어하는 아들에게 말했다. “복근아, 빨리 치료하고 아래층에 뽑기 있지? 그거 하게 해 줄게. 빨리하고 뽑기 하러 가자.”


까칠하고 예민한 아들은 별로 아프지도 않으면서 엄청 아픈 척 난리법석을 떤다. 그래도 대견하게 잘 참고 치료를 받고 있다. 그렇게 치과진료가 끝나고 나면 나는 녹초가 된다. 반대로 아들은 슬슬 살아나고 말이다.


치료가 끝나고 아래층에 뽑기를 하러 갔다. 500원짜리 동전을 넣고 두세 바퀴 손잡이를 돌리면 투명한 원형 플라스틱이 딸그락 하고 나온다.


그 안에 어떤 것이 들어있을까 뽑는 재미가 쏠쏠하다. 매주 갈 때마다 뽑기를 했더니 집에 동그란 투명 플라스틱통이 쌓이고 있다.


그래도 뽑기 덕분에 힘들어서 아들이 울던 것들을 빨리 잊고 회복하게 하니 뽑기에게 감사해야겠다. 이제 한번 아니면 두 번만 더 가면 모든 치료가 끝난다. 그때까지 잘해보자. 아들.


그나저나 내일은 6학년 딸아이도 치과를 가야 한다. 학교 건강검진에서 아래쪽 이 하나가 충치란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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