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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Sep 06. 2023

윗집이 이사 갔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 184

우리가 지금 사는 집에 산 지 4년째가 되어간다. 그리고 우리 윗집도 우리보다 조금 앞서 이사를 왔다고 들었는데 며칠 전에 이사를 갔다. 아무래도 4년을 전세로 살다가 이사를 갔나 보다.


30대 부부와 두 남매 아이가 사는 집이었는데 윗집 첫째 딸은 우리 집 큰딸보다 2,3살 어렸고, 둘째 아들은 우리 막내아들보다 한 살 위였다. 4년 동안 위아래로 살다 보니 나이까지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이 집에 이사를 오고 며칠 후 낮이었다. 십여분 이상을 쿵쾅거리며 뛰어다니길래 안 되겠다 싶어 관리실에 연락을 했다. 그랬더니 관리실에서 윗집에 전화를 걸어 층간소음 민원이 들어왔다고 얘기를 해주셨나 보다. 바로 뛰는 소리가 없어졌다.


그리고 그날 저녁 윗집 아저씨가 죄송했다며 아이들 먹거리를 사들고 왔다. 나는 우리 집도 애가 있어 층간소음을 나름 이해한다. 그래서 조금만 조심해 달라고 관리실을 통해 연락을 드린 거다. 그러니 너무 기분 나빠하시지 말라고 좋게 말을 했다.


다음날, 남편도 맛있는 간식을 받았는데 그냥 있을 수 없다며 과일을 사서 윗집과 아랫집에 드리고 왔다. 우리도 아랫집에 피해를 주고 있을 테니 말이다.


위층과 아래층에 개념 있는 분들을 만나 앞으로 잘 지내겠다 싶었는데 윗집의 층간소음은 낮에도 밤에도 자주 들렸다. 아이들이 뛰는 소리가 제일 심했고 밤에는 안방에서 쿵쿵대는 소리가 힘들었다. 그래도 그러려니 하며 참고 또 참았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윗집 분들을 만날 때마다 한마디 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름 그럴 때는 또 소심녀인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특히나 윗집 부부가 아이들과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을 때가 대부분이라 더더욱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냥저냥 지내다가 며칠 전 이삿짐을 싸는 소리, 사다리차가 윗집에서 오르락 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드디어 이사 가는구나. 좋은 곳에서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잠시 외출하다가 1층에서 윗집 아저씨가 담배를 피우고 있길래 마지막 인사라도 할까 싶었다. 그런데 그동안 층간소음으로 힘들었던 생각을 하니 인사하고 싶은 마음이 바로 쏙 사라졌다.


그날 저녁, 남편이 퇴근을 해서 같이 식사를 하며 윗집이 오늘 이사를 갔다고 했다. 그랬더니 윗집에 다시 이사 들어오는 분들이 더 시끄러운 사람들이면 어떡하냐고 웃기고 무서운 농담을 했다.


그리고 며칠 후 윗집으로 이사 오는 소리가 들렸다. 윗집이 이사를 오고 난 후 어느 날. 엘리베이터에서 윗집 아이를 만났다. 아니 아이들이었다. 초등 저학년 남자아이들 세 명이 윗집 아이들이었다. 아들만 셋인 집이라니. 쩌업. 맙소사.


그래서인지 층간소음이 전보다 더 심해졌다. 게다가 강아지도 키우는지 하루종일 현관 쪽에서 짖는다. 쿨럭. 역시 구관이 명관이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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