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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Sep 12. 2023

남편보다 친구랑 걷는 게 더 좋다

이런저런 이야기 185

요즘 동네 친구와 매일 오전에 만나 만보 걷기를 하고 있다. 둘째를 유치원에 등원시키고 모자를 눌러쓰고 핸드폰을 한 손에 쥔 채 걷기 시작한다. 그렇게 15분 정도를 걸으면 친구와 만나는 중간지점이다.  


2주째 걷다 보니 우리만의 코스가 생겼다. 친구가 사는 아파트 옆동네 사이를 지나면 공원이 나온다. 공원을 한 바퀴 걷다 보면 내리막길로 전원주택이 모여있는 곳이 나온다.


아담하고 이쁜 전원주택들도 구경을 하면서 걷다 보면 논밭길이 나오는데 사람도 없고 한적하고 조용해서 정말 좋다. 특히나 초록초록한 벼들과 나무를 보고 있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우리는 계속 걸으면서 수다 삼매경이다. 둘이 통하는 게 정말 많아서 할 얘기가 많다. 가끔은 걷다가 멈춰서 자연풍경도 찍곤 한다. 친구는 요즘 구름풍경이 좋아서 구름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고 나는 초록색 나무와 풀들이 좋아 그런 풍경들을 찍는다.


친구와 수다의 주제는 다양하다. 시댁욕도 했다가, 남편 욕도 했다가, 시누이 욕도 했다가, 자식얘기, 우리가 사는 사회문제, 노후대비, 건강얘기, 부모님 걱정, 연예인 얘기들도 해 본다.


논밭을 지나면 다시 일반 도로가 나오고 이제는 우리 집 근처 쪽으로 향한다. 도서관을 지나 큰애가 다니는 초등학교와 유치원을 지나 한적한 길 쪽으로 걷다 보면 커피전문점이 나온다.


친구와 나는 여기서 꼭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연하게 사서 먹는다. 매일 번갈아서 서로에게 사주는데 1시간 넘게 걸었을 즈음 먹는 커피는 정말 시원하고 맛있다.


시원한 커피를 들고 다시 새로 지은 아파트 뒤쪽의 한적한 길을 걷다가 우리 집 근처 신호등 앞에서 친구와 나는 헤어져 각자의 집으로 간다. 그렇게 걸으면 1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데 만보 정도가 되고 더 걸었을 때는 만 사천보까지 걸을 때도 있다.


집에 돌아오면 땀이 주르륵 나는데 그게 참 느낌이 좋다. 힘들고 찝찝한 느낌이 아니라 기쁘고 즐겁게 운동을 한 느낌이랄까.


남편과도 걷기를 몇 번 한 적이 있는데 남편은 걸음속도가 하도 빨라서 따라잡는 나도, 나를 기다리는 남편도 힘들어 같이 걷는 것은 포기했었다.


그런데 친구랑 걷다 보니 역시 남편이랑 걷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좋다. 수다도 떨고, 스트레스도 풀고, 운동도 하고, 살도 빠지고, 시원한 커피까지 마시니 말이다.


이렇게 같이 걸을 수 있는 친구가 있어 참 좋고 감사하다. 친구와 나의 걷기 운동은 계속될 것 같다.



친구와 걸으면서 찍은 사진


https://brunch.co.kr/@sodotel/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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