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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Aug 24. 2020

진주 금산은 진주가 아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26

  남편이 잘 나가던 대기업을 나와 딸기농사로 4년간 귀농하러 내려간 곳이 진주였다. 우리가 거주하고 생활하기로 한 집은 진주에서 신도시인 금산이란 곳이었고 남편의 딸기농장은 집에서 20여분 거리에 있었다.


  금산에 살면서 자주 들었던 말이 있는데 금산 살면 진주에 사는 것이 아니다 라는 말이었다. 아마도 신도시로 생긴 지 얼마 안 된 동네이고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 그런 것 같았다. 게다가 다리 하나를 꼭 건너야 금산이란 동네가 나오니 다리를 경계로 진주가 아니라고들 말하는 것인 듯했다.

  

  암튼 나는 그런 진주 금산에서 4년을 살았는데 정말 너무 좋았다. 일단 공기가 엄청 깨끗하고 조용하고 밤에는 깜깜해서 하늘의 별도 잘 보이고 아이들이 많은 곳이라 어린아이들을 키우기 딱 좋은 곳이었다. 


  게다가 큰 딸아이가 유치원을 다니게 되면서 아침마다 셔틀버스를 태우면서 알게 된 엄마들이 다들 좋은 사람들이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라 더 많이 친해졌고 둘째들 나이가 같거나 한 살 차이여서 더욱더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서로 먹거리가 생기면 이집저집 배달해서 조금씩이라도 나눠먹고 생일이면 서로 파티도 해주고 시장이나 마트도 같이 가고, 운동도 같이 다니고, 비 오는 날이면 집에 모여 맛있는 전이며 떡볶이며 파스타며 다양한 음식들을 만들어 먹고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서로서로 아이들 옷과 신발, 장난감 등등 주고도 받고 물려도 주었는데 참 좋았다.


  특히나 좋았던 건 그 엄마들의 모임에서 남편들도 함께 물놀이도 같이 가고 모임을 계속하면서 남편들끼리도 뭉치고 친해졌던 것이었다. 그래서 남편들끼리 저녁에 가끔씩 모여 식사도 하고 술 한잔도 하는 시간들도 가질 수 있었다.


  또 어느 날은 남편들이 아이들을 봐주고 육퇴를 모두 마친 엄마들끼리 모여 가끔 집 근처 호프집에서 맥주 한잔도 먹고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고 그중 남편들이 출장이라도 가는 날이면 밤에 그 집에 모여 파자마 수다도 떠는 등 정말 신나고 재미있었다. 그 힘든 육아를 공동육아 하듯이 즐겁고 신나게 보낸던 것이었다.


  그렇게 좋은 시간들을 보내다가 남편이 허리를 심하게 다치면서 농사일을 다시는 못하게 되었고 우리는 다시 경기도에 취업한 남편을 따라 부랴부랴 이사를 하게 되었다. 살던 집이 내놓은 지 하루 만에 계약되는 바람에 우리도 경기도 새집을 빨리 알아볼 수밖에 없었고 이사 준비는 정말 후다닥 진행이 되었다.


  드디어 이사 당일. 이삿짐을 싸고 있는데 교회에서 친하게 지냈던 분들도 오셔서 두 손 가득 간식들을 막 전해주시고, 그렇게 친했던 아파트 절친 엄마들도 하나둘씩 오더니 선물도 주고 가고, 올라가는 차 안에서 먹으라고 먹거리도 바리바리 싸주고.


  절친 엄마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려는데 갑자기 눈물이 핑. 그 4년동안 쌓인 정들이 정말 많았나보다. 그리고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별것도 아닌 것에 자꾸 눈물이 나는 걸 보니 말이다.


  진주 금산에서 우리 가족은 4년 동안 좋은 추억들을 많이 만들었고 좋은 사람들도 만났고 무엇보다 더 감사한 건 난임이었던 우리에게 기적같이 둘째가 자연임신으로 생긴 것이었다.


  진주 금산은 그래서 우리 가족에게 제2의 고향이다. 아이들 다 키우고 나중에 나이가 들면 다시 돌아가서 살고 싶다.




진주금산 금호연못ㅡ이곳을 매일 걸으며 운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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