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장례식이 끝나고 가족들이 모여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아빠는 우리가 엄마에게 드문드문 들어서 자세히 알지 못했던 엄마와의 일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들려주셨다.
올해 1월 어느 날 새벽.
아빠와 엄마는 동네 목욕탕엘 가셨다. 가끔 두 분이서 새벽에 일찍 눈이 떠지시면 자주 목욕탕에 가시곤 했다.
그런데 그날은 엄마가 목욕탕에서 걸으시다가 바닥에 물기가 있어서 그랬는지 갑자기 삐끗하시면서 미끄러지셨다. 여탕에 계신 분들이 너무 놀라서 119에 연락하고 구급차를 불러야 되는 게 아니냐고 했다고.
엄마는 잠시 쉬시다가 괜찮다며 나오셨고 밖에서 기다리던 아빠에게 살짝 미끄러졌는데 어깨를 조금 부딪혔으나 이상이 없으니 집에 가자고 하셨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 엄마는 가끔씩 어깨가 아프다고 하셨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오십견이려니 생각을 하셨다고.
그리고 점점 더 어깨가 아파오자 정형외과에 가서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고 오셨다. 그러면 1-2주 정도는 아프지 않고 괜찮다고 하셨다. 그런데 사실 그때 벌써 어깨에 실금이 가 있었다. 아빠도 엄마도 그때는 몰랐었다.
3월즈음에는 엄마가 아빠한테 어디를 좀 같이 가자고 했고 가보니 여성병원이었다고. 엄마는 아빠에게 금방 다녀올 테니 기다리고 있으라 하시더니 잠시 후 아빠한테 "여보, 다 잘됐어. 괜찮아. 이제 집에 가자."라고 하셨다.
가족들끼리 추정하는바 엄마는 아마 유방 쪽이 좀 이상하게 느껴져서 엑스레이만(초음파를 찍어야 더 자세하고 정확하게 나옴) 찍으셨고 그때는 그리 심하지가 않아 제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은 듯했다. 아니면 이상이 없을 거라고 스스로가 생각을 하신 걸 수도 있다.
하지만 엄마는 점점 가슴에 몽우리가 잡히고 딱딱해지시는 게 느껴지셨다. 그래서 5월에 다시 집 근처 산부인과에서 유방암 검사를 하니 큰 병원에 가라고 했고 큰 병원에서 진찰한 결과 유방암 2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유방암 2기 정도면 심각한 것이 아니라서 수술만 하면 좋아지는 케이스였다.
엄마는 큰 병원에서 이틀 동안 수많은 검사들을 받으셨는데 평소에도 혈관이 좁아 주삿바늘 꽂기를 엄청 힘들어하셨다. 그런 상황인데 피검사를 너무나 많이 했고 기타 다른 검사들도 계속 받다 보니 지치고 힘이 든다며 검사를 잠시 중단하시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