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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천군마마 같은 의사친구가 있었다

#12

by 항상샬롬

병원 앞에 나를 데리러 온 남편의 차에 타자마자 눈물이 줄줄 흘렀다. 잠시 후에는 그냥 펑펑 울어버렸다. 눈물이 그쳐 지질 않았다.


일주일 동안 엄마와 같이 있다가 병원에는 엄마만 두고 나오는 발걸음이 왜 이리 힘든 것인지. 집에 가는 내내 계속 울었다. 그냥 속상했고 슬펐다. 지금 상황이 너무도 싫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는 남편도 속으로 울음을 참는듯했다.


집에 와서는 엄마에게 더 자주 전화와 문자를 했다. 엄마는 잘 있다며 씩씩해하셨다. 아니 씩씩해 보이시려고 했던 것 같다. 가족 중 그 누구보다 딸인 나와 함께했던 일주일이 엄마에게는 제일 편하고, 제일 든든하게 느껴졌으리라. 나도 엄마가 제일 편하고 좋으니까.


아빠는 내 뒤를 이어 엄마의 간병을 며칠 하시기로 했다. 나이가 있으시기도 하고 하시는 일도 있어 오래는 못하셨다.


며칠 후 남편이랑 엄마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남편의 친구 중에 의사가 있다는 기억이 났다. 왜 그동안 그 생각을 못했던 것인지. 남편도 나도 같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그래서 그 의사친구에게 바로 연락을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연락을 한 것이었다. 통화를 해보니 참으로 신기하게도 의사친구는 아주 가까운 병원에 있었다.


우리 집에서 1시간, 엄마네 집에서 1시간 그러니까 엄마와 우리 집의 딱 중간거리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시에서 운영하는 의료원의 호스피스 전담의사 과장으로 있었다.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 뭐지? 뭐가 이렇게 딱딱 맞는 것 같지? 뭔가 다 잘될 것만 같았다. 남편의 의사친구가 천군마마처럼 느껴졌다. 슬프기만 하고 좌절만 했던 우리에게 아주 작은 희망의 빛이 느껴졌다.


남편에게 의사친구가 있다는 것 자체가 그냥 힘이 되고 좋은데, 근무하는 부서도, 병원의 위치까지 거리상으로도 좋다는 게 너무나 감사했다.


나는 너무 기쁜 나머지 온 가족들에게 전화를 했다. 다들 뭔가 안심이 되고 나처럼 희망을 갖는 게 느껴졌다.




병원에서 자주 엄마손을 붙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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