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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친구의 병원으로 전원하기로 했다

#13

by 항상샬롬

남편의 의사친구는 엄마의 진단서류들과 사진, 영상들을 모두 보내달라고 했다. 그리고는 주변 의사들에게도 조언을 구한 후 다음날 엄마의 대해 자세히 말해주었다.


엄마가 정말 많이 안 좋은 상황이라고. 암세포가 유방에서 주변 장기며 머리까지 많이 퍼진 상태라고 했다. 아마 6개월을 못 버티실 거라고 했다.


언뜻 짐작은 했지만 수치상으로 엄마의 남은 임기를 듣는 마음은 또 무너졌다. 겨우 6개월이라니. 6개월밖에 못 사신다니. 그래도 항암치료를 해본다면 장담할 순 없지만 조금은 더 버티실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나는 아빠와 오빠, 조카에게 의사친구의 말을 전했고 2,3일 동안 생각을 해보자고 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말이다. 그리고 가족들과 상의한 끝에 결정했다. 의사친구가 있는 병원으로 엄마를 옮기기로 말이다.


엄마에게도 간단히 설명을 드렸더니 신기해하셨다. 사위에게 친한 의사친구가 근처에 가깝게 있었다니. 나도 신기하고 놀라웠는데 엄마는 오죽했을까.


일단 남편의 친한 친구가 의사로 있으니 모든 면에서 더 많이 신경을 써줄 것 같았고, 아는 사람이 병원에 있다는 게 그냥 마음이 든든했다. 엄마가 항암치료를 받다가 정 안되면 호스피스로 옮기게 될 거고, 더군다나 호스피스 담당 과장이 의사친구로 있니까 더욱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병원 측에 엄마의 전원에 대해 살짝 언급을 했다. 그래서인지 그때가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바로 전날이었는데 차라리 지금 퇴원을 하는 것이 어떻냐고 했다. 엄마가 피검사조차도 거부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시는 상태이니 차라리 추석연휴에는 집에서 기분 좋게 쉬고 계시다가 전원을 하는 게 어떠냐는 것이었다.


의사친구에게 말했더니 그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는 먼저 담당의사 선생님을 엄마가 빨리 만나보셔야 하니 내일 바로 병원으로 모시고 오라고 했다. 의사친구가 있어서인지 모든 예약이 바로 되었고 직접 방문이나 전화예약을 하지 않고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 참으로 감사했다. 역시 의사친구를 둔 굉장한 찬스라며 남편에게도 고마웠다.


다음날 남편과 엄마를 모시러 친정집으로 향했다. 오빠가 미리 준비해 둔 휠체어에 엄마를 태웠다. 엄마는 이제 혼자 거동하시는 게 많이 힘들어지셨다. 집안 곳곳 벽 쪽에는 엄마가 일어나서 혼자 화장실을 갈 때를 대비해 커다란 손잡이들을 붙여 둔 게 보였다. 화장실 안에도 손잡이들이 여기저기 붙여져 있었다. 나름 꼼꼼한 오빠의 대비책이었다.


1시간 후 남편의 의사친구가 있는 병원에 도착했고 오랜만에 그 의사친구와 만나 인사를 했다. 몇 년에 한 번씩 가끔 부부동반으로 만났던 터러 반갑게 인사했다. 그리고 남편도, 나도, 엄마도 계속 고맙다는 말을 했다. 바쁜 일을 다 제치고 마중까지 나와서 일일이 다 신경 쓰고 챙겨주어서 정말 고마웠다.


의사친구가 다 준비해 둔 덕분에 엄마를 맡아주실 선생님을 금방 만나 진료상담을 할 수 있었다. 여자선생님이셨는데 차분하고 꼼꼼하게 그리고 기분 좋게 이런저런 질문들을 하셨고 설명을 해주셨다.


항암치료를 우선적으로 해보는 게 중요하고 시급하니 추석연휴가 지난 일주일 후에 입원하러 오라고 했다. 그리고 그 입원하는 날 바로 항암치료를 해보자고 했다.


병원업무를 다 보고 나서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남편은 말했다. 추석연휴 동안 엄마를 우리 집에 모시고 있다가 입원하는 날 다시 병원으로 모셔다 드리자고 말이다. 좋은 생각 같았다.


연휴 동안 엄마에게 보양식도 해드리고 오랜만에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또 친정가족들인 아빠, 오빠, 조카에게도 엄마를 보살피느라 고생했으니 그만큼의 휴식시간을 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추석전날 우리집으로 오신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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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편친구가 호스피스 담당과장으로 있는 병원으로 전원을 하기로

추석당일날 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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